[금융포커스] 외압 막으라고 만든 코스닥위원장, 로펌·거래소 출신끼리 경쟁

김유진 기자 2023. 1. 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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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위원장, 상장 승인·폐지 최종 결정 권한 막강
이해 상충 있는 인물 잇달아 비공식 출사표
3월 차기 위원장 둘러싸고 증권가 ‘회전문 인사’ 우려
일러스트=박상훈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코스닥시장위원회(코스닥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회전문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코스닥위원장의 유력 주자로 정부나 한국거래소 출신의 대형 법무법인 고문급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위원회는 코스닥 상장부터 폐지까지 관할하는 상장 관련 최고기구다. 2018년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본부장이 위원장을 겸임했지만, 이후 외부 전문가를 선출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서다. 위원장은 비상근직이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져 인기가 높은 자리다. 2018년 선임된 길재욱 전 위원장은 교수(한양대 경상대학), 김학균 현 위원장은 미국 변호사로 2014~2017년 금융위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3월 26일까지다. 후임 위원장 선임은 임기 만료 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런데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모두 거래소 출신으로 대형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거래소로부터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고, 법무법인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가장 많이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은 두 명이다. 거래소를 거쳐 현재 대형 법무법인에 소속돼 있는 A씨와 거래소 출신의 비상장사 부회장인 B씨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3명가량의 인물이 위원장 자리를 두고 정치권과 당국 가릴 것 없이 열심히 발로 뛴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이 연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펌 고문으로 일하는 거래소 임원 출신이 위원장 유력 주자로 거론되면서 코스닥위원회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증권가 고위 관계자는 “로펌 소속 코스닥위원장은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는 결정에서는 빠진다고 얘기를 한다”며 “그런데 문제는 위원장이 상장 승인 및 폐지 등에 관한 하부 위원회 안건을 다 보고 받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직접 회의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하부 회의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해 마련한 자리인 코스닥위원장에 처음부터 이해 상충이 있는 사람이 앉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2018년 코스닥위원회를 거래소로부터 떼어낸 정책을 ‘인사(人事)’로 반쯤 뒤집는 셈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거래소 코스닥본부장이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수장을 겸임하며 상장 승인·폐지 등을 결정했다. 정부와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존재했지만, 거래소의 힘에 밀려 의견을 개진하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재 로펌에서 일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펌은 상장이나 폐지 과정에서 값비싼 수임료를 받고 이해당사자인 기업을 대리한다. 로펌 고문과 비상근 위원장을 겸직하면 심각한 이해상충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거래소 출신이나 현직 로펌 근무자가 위원장직에서 배제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거래소에서의 실무를 익히고 법률적 지식, 현장 경험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에 오히려 코스닥위원장에 적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외압이 있을 수 있으니 독립성,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게 위원회 취지”라며 “아무래도 법, 규정을 다루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보니 법무법인 경력이 필요하고 더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적인 내용을 잘 다뤄야 하다 보니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법무법인에서 오는 것이고 공정·상식에 맞게끔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같은 코스닥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에 대해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 또는 관련 기관 출신 인사들이 로펌 등 외부기관을 거쳐 민간이 주축이 되는 위원회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회전문 인사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위원장은 사실상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며 “결국 독립성보다는 힘의 대결로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거래소(코스닥시장본부)를 견제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분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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