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맘국' 대신 '몸국'으로 검색하세요"
제주도 "4천개 어휘 전수 조사 거쳐 단계적으로 개선할 것"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샘' 국어사전이 아래아(ㆍ)가 들어 있는 제주어를 실제 발음과 비슷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표기를 일부 수정했다.
제주도 문화정책과와 제주학연구센터는 제주지역 현실음과 동떨어진 제주어 표제어(사전 항목의 표제로 사용되는 어휘소)를 현실에 맞게 수정해줄 것을 국립국어원에 요구해 '우리말샘' 사전을 일부 수정하게 됐다고 26일 밝혔다.
'우리말샘' 사전은 전 국민에게 인터넷으로 서비스되는 국어사전으로, 포털사이트인 '다음'이나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도 '우리말샘' 사전의 정보를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말샘'에는 아래아(ㆍ)가 들어있는 제주어인 'ㅁ+ㆍ+ㅁ국'('모자반국'을 뜻하는 제주어로 '몸국'이라 발음), 'ㄴ+ㆍ+ㅁ삐'('무'를 뜻하는 제주어로 '놈삐'라 발음) 등 표제어가 제주 지역의 현실음과는 동떨어진 '맘국', '남삐' 등으로 표기돼 혼란을 초래했다.
제주어는 제주 방언을 일컫는 말이다.
아래아(ㆍ)와 쌍아래아(‥) 등 지금은 거의 사라진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고유한 형태가 남아있어 '고어의 보고'로 일컬어지지만,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서 제주어는 유네스코에서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되는 등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사용할 때 일부 응용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상에서 아래아(ㆍ)와 쌍아래아(‥)를 제대로 입력하지 못한다.
이러한 탓에 언론사 등에서는 덧셈기호(+)를 이용해서라도 제주어를 표기하고 있고 학계에서도 이를 권장하고 있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우리말샘'에 잘못 표기된 표제어 중 아래아(ㆍ) 관련 어휘를 'ㄱ'부터 순차적으로 400개와 지나치게 이질적인 어휘 10개를 찾아 지난 2021년 10월 국립국어원에 수정하도록 요청했다.
이 중 9건의 표제어가 바뀌었고, 이와 관련한 142건의 예문, 관련어휘가 함께 수정됐다.
예를들어, 남삐('무'를 뜻하는 제주어)·맘국('모자반국' 〃)·하꼼('조금' 〃)·닥세기('달걀' 〃) 등 어휘가 제주에서의 현실발음인 놈삐·몸국·호꼼·독세기 등으로 수정된 것이다.
'우리말샘' 사전에 올라 있는 제주어 어휘는 총 1만8천여 개로, 이중 20% 넘는 4천여 개 표제어가 아래아(ㆍ)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이 단어들은 현실 발음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아' 또는 '오' 등으로 모음을 수정해 잘못 표기된 경우가 많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말샘 사전에 있는 아래아(ㆍ)를 포함하고 있는 제주어 4천개 항목 전체에 대한 전수 조사와 검토를 진행해 수정 요청을 한다면 검토 후 이번의 사례처럼 반영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앞서 연합뉴스는 지난 2021년 10월 10일 '[다시! 제주문화](20) 잘못된 제주어 넘치는 인터넷…고민 없는 행정'이란 기사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해당 문제의 개선을 요구, 1년 넘는 시간 끝에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국립국어원은 현재 국어 정책상 국어사전의 현대 국어 표제어는 한글 24자모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래아(ㆍ)를 현대 국어 표기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제주어 보전을 위해 지난 2007년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2014년 독자적인 '제주어 표기법'을 제정, 고시한 바 있다.
제주학연구센터 김순자 센터장은 "아쉬운 대로 'ㅁ+ㆍ+ㅁ국'을 '맘국' 대신에 현실음에 가까운 '몸국'으로 수정했다"면서 "제주어의 왜곡을 방지하고 올바른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뿐만 아니라 다른 국어사전의 제주어 표제어와 뜻풀이도 올바르게 수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번 수정 작업을 토대로 4천개의 아래아(ㆍ) 관련 어휘 뿐만 아니라 제주어 전체에 대한 전수 조사와 단계적인 개선 과정을 거쳐 제주어에 대한 바른 정보로 활용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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