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형사처벌 강화로 산재예방? 현실성 떨어져”

이미지기자 2023. 1. 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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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형사처벌 강화가 오히려 중대재해 예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는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과 정재희 안전생활시민실천연합 대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실장,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장,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실장 등 노·사·정 관계자들과 전문가, 산업현장 안전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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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토론회 개최
공사가 한창인 건설 현장에 안전모와 ‘중대재해 ZERO’라 적힌 띠가 놓여있다. 지난해 건설업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341명으로 전체 644명의 53.0%를 차지했다. 동아일보DB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형사처벌 강화가 오히려 중대재해 예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는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과 정재희 안전생활시민실천연합 대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실장,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장,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실장 등 노·사·정 관계자들과 전문가, 산업현장 안전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1년 경과를 살펴보고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발제를 담당한 전문가들은 현 중대재해처벌법의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산업재해치사죄는 광범위한 정황·간접증거 수집, 사업장 고유 위험 요인 및 안전보건관리 내용 확인, 동종·유사업장과 비교한 이행 노력 등을 판단해야 하는 등 어렵고 복잡한 범죄 수사영역”이라며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기간이 너무 길어질 경우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의 진척 속도가 매우 느려 처벌되는 경영책임자가 아직 한 명도 없다”며 “이 법률을 너무 겁내지 말고 안전 보건에 관해서 현상을 유지하면서 좀 지켜보자는 신호를 기업에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를 진행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중대재해법 위반 조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요하면서 상시안전점검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까지 수사에 소요된 기간은 건당 평균 약 9개월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수사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의 업무 부담은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형량이 강화될 경우 수사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노동계는 제재규정을 추가로 신설하고 벌금의 하한선을 정하도록 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를 전반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 교수는 처벌을 강화할 경우 수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려는 철학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모두 현재 법을 바꾸기보다 사전적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기존에 있는 법을 활용해 보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사람이 죽기 전에 작업을 중지시켜야지 죽은 다음에 사고 조사를 위해 작업을 중지시킨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게 아니다”며 근로감독관의 현장점검을 늘리고 기업의 자율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한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경제적 제재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 또한 백안시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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