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韓 배터리 IRA 호재 아니었어?…연초부터 꼬인다

김정연 기자 2023. 1.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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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내수에 머물던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최근 공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 시계는 오히려 멈췄습니다.

그나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가 국내 배터리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왜 숨 고르기에 나선 건지 김정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SK온의 튀르키예 공장 투자 철회 검토 배경부터 짚어보죠.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온의 자금이 부족해서다, 말이 나오고 있죠?

[기자]

SK온 측이 직접 밝힌 이유는 "경기 침체에 따른 선택과 집중"인데요.

배터리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온이 여러모로 투자 여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따져봐도 SK온은 자금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닌데요.

튀르키예 공장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돈은 약 4조 원인데, 이중 SK온이 내야 할 돈은 약 1조 6천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SK온은 지난해 프리IPO로 4조 원을 조달하려 했지만, 실제 조달 금액은 8천억 원에 그쳤습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로 SK온에 2조 원을 마련해주긴 했는데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자가 이미 많고, 경기 침체가 예상돼 현금도 어느 정도 확보해둬야 하는 시기다 보니 충분한 자금은 아닙니다.

최근 금융시장이 경색된 점도 원인이겠지만요.

SK온이 현재 가동하고 있는 해외 공장들의 생산 수율이 경쟁사에 비해 좋지 않게 나와 SK온에 대한 자금 시장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자금줄인 SK그룹의 주력 계열사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 투자 계획도 절반 가까이 줄인 만큼 도와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SK온의 지출이 실제로 많은 상황입니까?

[기자]

SK온은 튀르키예 공장을 제외하고도 헝가리 이반차와 중국 옌청, 미국 조지아 등 현재 5곳 이상의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SK온은 오는 2025년까지 23조 원의 지출 계획을 잡고 있는데요.

이중 이미 지출한 금액을 제외하면 남은 투자 금액은 약 14조 원입니다.

여기에 SK온은 지난 2021년 미국 ITC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분쟁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에 총 2조 원을 배상해야 하는데요.

지난 한 해 동안 현금 1조 원을 냈고, 올해부터 남은 1조 원도 순차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SK온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인 단기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조 3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0배 넘게 늘었습니다.

[앵커]

SK온은 실탄이 부족해서 투자를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인데, 팍팍한 자금상황을 감안해 투자의 우선순위에 좀 더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죠?

[기자]

일각에서는 이번 SK온의 튀르키예 공장 투자 철회 검토가 배터리 시장이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져 판매자에게 유리해지는 시장으로 바뀌기 위한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옵니다.

그동안은 배터리사들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수요자를 설득해 최대한 많은 생산공장을 세우려고 했지만, 이제는 수요자의 요구를 선택해 수용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는 겁니다.

SK온이 유럽 지역인 튀르키예 투자를 철회하는 대신,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시행에 따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미국 투자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애널리스트의 분석 들어보시죠.

[전우제 / KB증권 연구원: 전체적으로 2030년까지 대부분 셀 업체들이 지금 수주가 거의 꽉 차 있는 상태이고, 효율적으로 자원 배분을 해야 되는데 미국에서 IRA 보조금을 많이 주다 보니까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유럽에다 투자하는 것보다는 미국에다 투자하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거죠. 수익성 좋은 곳 위주로 투자를 재검토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튀르키예 공장 건에 대해 SK온과 포드 모두 아직 투자 철회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실제로 다른 배터리사들도 해외 투자 재검토에 나서고 있기는 하죠.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은 오히려 보조금 혜택에 유리한 미국의 투자 백지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나요?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단독공장 투자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요.

GM과의 합작공장 설립 계획도 무산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에는 최근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점이 투자 계획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3사 중 부채가 가장 많은데요.

지난해 3분기 기준 18조 8천억 원입니다.

같은 기간 SK온은 13조 9천억 원, 삼성SDI는 13조 4천억 원입니다.

아무리 미국 IRA법 호재가 있더라도 이미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한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이제는 투자를 줄여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리스크를 낮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이미 3개의 공장을 지었거나 지을 계획이고요.

지난해에는 혼다, 스텔란티스 등과도 북미 지역에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편 삼성SDI도 지난해 5월 이후로 다른 해외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물론 LG에너지솔루션처럼 북미 지역에 공장을 많이 두면 미국 IRA법 수혜를 받는 데 유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국산 배터리 소재 의존도가 큰 점은 여전히 문제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약 90%가 중국에서 수입됐습니다.

직전 해보다 4.1%포인트 높아졌고요.

코발트와 천연흑연 등 다른 소재들도 중국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우리 업체들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데요.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이 37.1%로 기록됐고요.

중국 BYD도 1년 만에 5%포인트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LG에너지솔루션을 처음으로 제쳤습니다.

올해 경기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각종 투자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배터리사들의 사업 전략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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