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다시 주목받는, MZ세대 소비 트렌드…디깅 모멘텀

강석봉 기자 2023. 1. 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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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덕질 이상의 것, 새로운 소비 주체로 존재감을 드러낸 ‘디깅러’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라면 돈도 시간도 아끼지 않는 디깅러(Digging+er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가 늘고있다.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23년을 디깅 모멘텀의 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몰입의 재미를 위해 컨셉에 열중하고, 특정 물건이나 경험을 수집해 자랑하기도 하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함께 소통하면서 몰입의 정도를 높인다.

이러한 디깅 모멘텀 현상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곳에 비용 지출을 아끼지 않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식품·주류 업계는 물론, 캐릭터 IP 업계 등의 많은 국내 기업들 역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기 좋아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는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다채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는 경험과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호감도와 로열티를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컨셉형 디깅 - 내가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컨셉에 몰입하다


어른이 문방구’ 컨셉의 화이트진로 두껍상회 모습.


몰입의 재미를 위해 컨셉에 열중하는 컨셉형 디깅러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함축적 이미지를 잡아 내 컨셉으로 삼거나 컨셉이 확실한 콘텐츠에 더 쉽게 빠져든다. 이러한 컨셉형 디깅러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화이트진로는 ‘어른들의 문방구’라는 확고한 컨셉을 바탕으로 플래그십 스토어 ‘두껍상회’를 오픈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문방구를 전전했던 꼬마들이 이제는 술잔을 부딪히는 어른이 됐고, 그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컨셉을 강조하여 몰입도를 높인 것이다. 문방구를 연상케 하는 뉴트로 컨셉의 장소에서는 온라인상 큰 인기를 얻었던 참이슬 백팩, 두꺼비 피규어, 러기지 태그, 테라 박스모양 병따개 등 다양한 굿즈를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토부스 이벤트 등 다양한 놀거리도 제공했다. 그 결과 총 61일간의 운영 기간동안 일평균 약 1,300명이 방문하면서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으며, 이 인기에 힘입어 올해 1월 20일부터 3월 5일까지 ‘어른들의 놀이터’를 컨셉으로 진화한 두껍상회 시즌2를 선보이고 있다.

수집형 디깅 - 물건이든, 경험이든 수집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해도 좋아


산리오 왓따껌과 자발적 리뷰 콘텐츠


요즘 가장 주목받는 수집 대상은 바로 ‘캐릭터’. 특히 지난 해 SPC 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빵’ 띠부띠부씰 열풍은 특정 물건이나 경험 수집으로 만족을 느끼는 수집형 디깅러의 마음을 훔쳤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캐릭터 스티커가 동봉된 먹거리를 잇달아 선보이며 포켓몬빵 열풍에 합류하기도 했다. 올해, 제 2의 포켓몬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캐릭터는 바로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 쿠로미 등의 산리오 캐릭터즈이다. 최근 롯데제과와 산리오가 협업해 선보인 ‘산리오 왓따’ 풍선껌은 CU 편의점 입고 후 첫 일주일 판매량이 일반껌 대비 300%이상 높았으며, GS25 편의점의 매출도 전월대비 63.3% 증가할 정도로 디깅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귀여운 판박이 스티커 때문인데, △헬로키티 △쿠로미 △마이멜로디 △폼폼푸린 △시나모롤 △포차코 △타이니참 △마이스윗피아노 등 인기 캐릭터로 구성되어 수집욕을 더욱 증가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집형 디깅러는 단지 수집에서 멈추지 않고 적극적인 ‘자랑질’까지 함께 하기 때문에 디깅러들의 입소문의 힘은 점차 강해지고, 이들의 마케팅적 역할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BT21이 직접 운영하는 컨셉의 인스타그램 계정 @BT21story.


또한 수집 욕구는 물건 뿐만 아니라 경험으로도 이어진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굿즈를 수집하는 것에서 나아가 관련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경험을 쌓으며 더욱더 몰입하고,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IPX(구 라인프렌즈)가 방탄소년단과 함께 만들며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 반열에 오른 ‘BT21’은 탄탄한 세계관과 함께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로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공감 기반의 활동을 이어가는 등 수집형 디깅러들의 몰입도를 높여 왔다.

BT21은 코야(KOYA), 알제이(RJ), 슈키(SHOOKY), 망(MANG), 치미(CHIMMY), 타타(TATA), 쿠키(COOKY), 반(VAN)을 포함한 캐릭터 8명의 세계관을 담은 애니메이션 시리즈 ‘BT21 UNIVERSE’를 공개하고 있는데, 각 캐릭터들의 가족, 친구, 라이벌, 우정, 도전, 고민, 화합 등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어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또한, 각 멤버들의 세계관과 특징을 살려 먹제이(MUK J)라는 부캐로 활동중인 RJ(알제이)의 식품 브랜드 광고 모델 데뷔, CHIMMY(치미)의 깜짝 라이브 방송을 통한 랜선 집들이, TATA(타타)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 언박싱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기존 캐릭터 IP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BT21 멤버들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장,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교감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팬들도 스토리에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챌린지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단순히 일회성 캐릭터가 아닌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캐릭터 IP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

BT21은 팬들과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트위터를 포함한 공식 SNS 계정을 개설하는 활동을 선보이며, 현재 전 세계 3천만명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21년 5월에 오픈한 @BT21story 인스타그램은 각 캐릭터 멤버들이 해당 계정을 직접 운영하며 디깅러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관계형 디깅 - 취향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성장하기도…


BT21은 캐릭터 IP로는 이례적으로 공식 팬덤도 존재한다. 캐릭터 IP를 단순 소비의 대상이 아닌 아이돌이나 연예인 같은 셀럽으로서 사랑해주는 대규모 디깅러들이 생긴 것이다. 이는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몰입하는 것을 즐기는 관계형 디깅러들이 모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BT21이 디깅러들의 마음을 훔쳐 글로벌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으로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BT21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BT21은 각 캐릭터의 세계관과 스토리가 담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더불어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셜 챌린지를 꾸준히 진행하며 팬들이 캐릭터의 세계관에 더 깊이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좌) BT21 5주년 기념 음원 ‘Would You’ 안무영상 및 (우) 댄스 챌린지에 참여한 유저들.


BT21은 5주년 기념으로 캐릭터 IP 최초로 단독 라이브쇼를 진행해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한편, 제페토에서 팬밋업을 진행하여 유저들이 BT21 멤버들을 직접 만나 사인을 받을 수 있고, 제페토의 아바타를 활용해 BT21의 뮤직비디오 ‘Would You’의 포인트 안무을 따라해 인증샷을 올리는 댄스 챌린지까지 진행했다. 이밖에도 애니메이션의 OST 제목을 팬들에게 짓게 한 챌린지, 팬들이 직접 유니스타즈(UNISTARS)라는 서포터즈 명칭을 짓도록 한 네이밍 챌린지 등은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며, 전 세계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BT21은 디깅러들이 한데 모여 ‘내 자식’과 같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제공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좌) ‘안구정화티비’ 유튜브 채널 및 (우)‘잎덕입니다’ 유튜브 채널


관계형 디깅러들은 유튜브에서 ‘덕질 브이로그’를 하거나 ‘덕밍아웃’을 거리낌 없이 행하며, 즐기고 있다. 대표적인 덕질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은 방탄소년단의 팬이 운영하는 ‘안구정화티비’인데, 새로 나온 앨범, 굿즈 개봉기나 덕후 투어 영상을 올리면, 팬들은 댓글을 통해 대리만족이나 동질감을 표현하며 함께 덕질을 즐기는 것이다. 이 밖에도 본격 덕질 장려 채널 ‘잎덕입니다’라는 유튜브 채널은 연예인과 팬이 만나 1:1 밥미팅을 주최하는 컨셉으로 최애 연예인과 만나고 싶은 이유를 담은 사연을 보내면, 당첨된 팬은 최애 연예인이 본인을 위해 직접 요리한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덕밍아웃임에도 불구하고 성덕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각 콘텐츠마다 해당 연예인의 팬들이 자연스럽게 몰려와 댓글들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Z세대들은 디깅을 단순한 취미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효능감, 행복을 찾는 계기로 여기며 돈과 시간을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고, 실제 이들은 중요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은 그저 단순한 합리적인 소비를 소구하기 보다, 디깅러들의 취향과 니즈를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부응하며 다채로운 디깅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와 로열티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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