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산업 구조 개선 않으면 10년 후 대위기”

윤희훈 기자 2023. 1.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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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제1차 산업대전환 포럼 좌장회의 개최
한국 산업 5대 위기 진단
‘인구 오너스’ 우려…‘우수인재 레드카펫 프로젝트’ 필요
국내 한 제철소 작업자가 용광로에서 쇳물을 빼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산업은 ‘잃어버린 20년’에 빠져있다. 20년 동안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실패해 10대 품목 중심의 수출, 생산구조가 고착화됐다. 지금 우리 산업의 구조적 문재를 개선하지 않으면 10년 후 닥쳐올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생산연령인구는 많지만 부양인구는 적은 ‘인구 보너스’를 활용해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일할 사람이 줄어들며 ‘인구 오너스’를 걱정할 처지이다.”

2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차 산업대전환 포럼 좌장회의’에선 한국 산업의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진단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쏟아졌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우승 한양대 총장,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이성용 아서디리틀 대표 등 산업대전환 포럼 부문별 좌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산업대전환의 필요성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를 제외한 한국의 주력산업이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에 직면했고,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에선 메모리 반도체 등 소수 제품만 간신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중 무역수지가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무역수지는 2018년 180억달러 흑자에서 2022년 240억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반도체 산업의 호조로 인한 ‘착시 효과’가 있을 뿐, 전 산업에서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진단이다.

특히 최근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현재는 세계 10위이지만, 2030년에는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 2050년에는 멕시코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뒤처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선 한국 산업의 위기 요인으로 ▲인력 감소 ▲급속한 해외투자 증가로 인한 산업 공동화 우려 ▲후진적 기업환경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 ▲글로벌 대외환경 등을 꼽았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컸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전체의 71%이지만, 2040년이 되면 56.8%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는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들고 부양인구는 늘어나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 양성된 핵심 인재들이 미국과 중국 등으로 빠르게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인력을 대체할 외국 인력의 유입도 순탄치 않다. 한국의 외국 전문인력 활용도는 OECD 최저 수준이며, 외국인 단순 기능 인력에 대해선 국민적 정서도 우호적이지 않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12일째 이어진 지난해 12월 5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정차해 있다. /뉴스1

대립적·후진적 노사관계로 인한 기업 경영 차질에 대한 애로도 터져 나왔다. 한 참석자는 “미국, EU는 자동차공장 유치‧건설에 사활을 걸고 신속하게 진행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오랜만에 자동차공장 신설 결정에도 불구하고 노사 협의 등으로 속도감 있는 공장설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 노조의 과격한 파업과 직장점거는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는 위협적인 기업환경은 기업가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반기업 정서와 이익집단의 막무가내식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소위 ‘떼법’이 만들어지면서 기업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술 개발과 관련해선 R&D가 실제 사업화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코리아 R&D 패러독스’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도체, 배터리 등 일부 첨단산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美‧日 기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AI, 양자 등 미래전략산업 핵심기술은 오히려 중국이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난 문제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회의에서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규제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인력 수요전망 및 공급관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국가 산업인재뱅크를 설립하고, 글로벌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우수인재 레드카펫 프로젝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업 생태계 분과 간사기관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가정신이 함양된 미래 국가 핵심인재 양성을 위해 교과서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시장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창양 장관은 “우리 경제가 대외적으로는 자국우선주의, 미중 갈등, 첨단산업 유치경쟁으로, 내부적으로는 투자‧인력 감소, 혁신 정체 등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산업혁신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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