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몽니' 원인?…美가 때린 韓 제재대상 3곳 다 '이란 연루'

김지훈 기자 2023. 1. 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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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韓도 美 제재 실질적 동조…尹 대통령 발언 빌미로 불만 표출?
2022년5월 미 재무부의 제재대상에 오른 국내 법인 등기. /사진=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캡처

미국 재무부의 경제제재 리스트에 오른 한국 소재 제재대상 3곳(법인 2곳·개인 1명)이 모두 테러·핵개발 등 지탄을 받았던 이란의 활동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 제재를 받은 법인 1곳과 개인 1명은 이란 IRGC(이슬람 혁명 수비대)의 자금 세탁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제제대상에 올랐다. 해당 법인은 외부회계감사를 받던 도중 "실체가 없는데 돈이 돈다"는 의심을 받고 국내에서 감사 의견을 거부당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란의 의심스런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기업과 개인이 미국의 집중 견제 대상이었던 셈이다.

이란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 발언을 문제삼는 것은 이 같은 미국 주도의 대(對) 이란 제재에 따른 누적된 불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이란에 독자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제재명단에 오른 대상들과 금융거래를 끊는 등 실질적으로 미국의 제재에 동조해 왔다.
이란 혁명 수비대, 韓서 돈세탁 막혔다…제제대상 터키인은 '부당하다' 반발
2022년5월 미 재무부의 제재대상에 오른 국내 법인의 공시상 감사의견 거절 사유.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캡처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미국 정부 관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리스트를 조회한 결과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5월 터키 국적자 1명과 그가 이사로 재직하는 영문 앞글자가 T인 한국 기업 1곳을 대(對)테러 제재에 해당하는 '특별지정국제테러리스트(SDGT·Specially Designated Global Terrorist)' 프로그램에 따른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T법인이 미 정부가 테러 단체로 지정한 IRGC 간부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는 한국 소재 기업이 처음으로 SDGT 관련 제재를 받은 것이다. 앞서 2010년 미 재무부는 이란의 핵 활동과 관련한 대 이란 제재(제재 프로그램명 '이란') 일환으로 이란 페트로 케미칼의 한국법인도 제재대상에 올렸고 현재도 해당 법인을 제재 대상으로 유지 중이다. 이 밖에는 OFAC 제재 리스트상에 소재지가 한국인 법인·개인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

법인 등기부 등본 조회 결과 T법인은 32세 터키 국적자와 그가 유일한 이사(임원인 사내이사)로 등기된 기계 및 장비중개업, 수출입업체로 등록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보면 T법인은 2020년과 2021년분 재무재표에 대해 외부회계감사를 요청했지만 연이어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T법인에 대해 "사업 설명을 들어보면 중계 무역을 통해서 자금을 외국에서 외국으로 송금한다는 것이었고,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이 모두 커서 100억원대 돈이 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재무재표상 의심스런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T법인과 함께 제제 대상에 오른 터키인은 미 재무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반발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법인은 미 재무부 조치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의 질의에 회신하지 않았다.

韓서 점점 돈줄 막히는 이란…"이란도 불만 있을 것"

(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22일(현지시간) 테헤란 의회에서 연설을 갖고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 단체 목록에 올리려는 유럽연합(EU)의 움직임은 실수”라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울러 이란 정부는 2010년 이란중앙은행(CBI) 명의로 한국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대금을 받았지만 미국 정부는 2018년 CBI를 제재 대상에 올린 상태다. 이에 CBI는 70억 달러 규모로 예치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내 원유 수출 대금을 인출할 길이 막혀 있다.

미 정부의 경제 제재 대상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의 제재 대상과 거래한 기업·개인은 미 측의 '2차 제재'에 따라 미국내 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 이에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당국은 은행 등 금융권에 제재 대상에 대한 거래 주의를 당부해 왔다. 금융권 역시 2차 제재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 제재대상과 거래를 끊을 수 밖에 없다.

다만 OFAC 제제 대상 리스트상의 정보가 소재지 등 제반사실 측면에서 전적으로 최신화돼 있는지는 의문시되는 측면이 있다. 일례로 T법인은 리스트상 서울 용산구가 소재지로 나와 있다. 하지만 법인 등기상으로는 소재지를 마포구로 이전한 상태다. OFAC은 "제재 리스트 검색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한 실사를 대신할 수 없다"며 "사용의 결과, 또는 이에 의존해 수행된 모든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인해 이란의 한국 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이란 측의 불만이 누적돼 왔을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다. 대사 출신의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란과 우리의 관계는 미국의 체제 때문에 어려워진 점이 있었다"라며 "우리가 제재를 주도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란도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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