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하인드]'전격 포르티모넨스행' 박지수, '돈' 아닌 '꿈' 쫓았다

박찬준 2023. 1. 2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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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포르티모넨스 SNS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새로운 유럽파' 박지수(29·포르티모넨스)는 '돈'이 아닌 '꿈'을 쫓았다.

박지수는 26일(한국시각) 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1부리그) 포르티모넨스에 공식 입단했다.<스포츠조선 25일 단독보도> 박지수 측에 따르면 계약기간은 2024년 6월까지다. 이미 포르투갈에 체류 중이었던 박지수는 메디컬테스트를 완료한 후 최종 사인을 마쳤다. 박지수는 포르투갈을 누비는 9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박지수의 유럽행으로 한국축구는 '괴물' 김민재(나폴리)와 함께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센터백을 2명 보유하게 됐다.

깜짝 유럽행이었다. 박지수는 이번 이적시장의 대어 중 하나였다. 12월 김천 상무를 전역하며 군복무를 마무리 한 박지수는 원소속팀인 광저우FC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었다. 수준급 센터백이 귀한 시대, 현역 국가대표 수비수가, 그것도 FA로 시장에 나오자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였다. K리그 팀들, 특히 센터백을 찾던 전북 현대가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몸값에서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일찌감치 결렬됐다.

중국, 중동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특히 중국 슈퍼리그의 우한 산전이 뜨거운 구애를 보냈다. 지난 시즌 슈퍼리그 우승팀인 우한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대비하기 위해 특급 수비수를 찾았다. 중국 무대 경험이 있는 박지수를 점찍고, 거액의 연봉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우한행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던 중 유럽에서도 콜이 왔다. 튀르키예, 러시아 등에서 박지수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에서도 제안이 왔다. 어린 시절, 막연하게 꾸던 유럽행이 가시권에 있자 박지수는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유럽 진출을 목표로 전략을 바꿨다. 여러 팀들을 살펴보던 중, 포르티모넨세의 제안이 왔다. 포르티모넨세는 수비수를 찾고 있었는데, 최근 한국축구를 떠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추천으로 박지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우한의 제안과 비교하면 말도 안될 정도로 낮은 금액이었지만 박지수는 꿈을 쫓기로 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기왕 유럽에 갈거면 빅리그까지 가겠다는 꿈을 품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 박지수는 보다 수준이 높고, 빅리그행에 용이한 포르투갈 무대를 택했다. 한국축구와 인연이 많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2021년 2월 당시 신트트라위던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던 이승우(수원FC)가 임대돼 뛴 바 있다. 현재도 19세의 공격수 김용학이 뛰고 있다. 김용학은 U-20 대표팀의 에이스로 포르티모넨세도 주목하는 유망주다.

한국 선수 외에도 아시아 선수들이 제법 뛰었는데, 아시아 최고 이적료를 자랑했던 일본의 나카지마 쇼야가 포르티모넨스에서 에이스 역할을 한 바 있다. 곤다 슈이치, 안자이 고키 등 일본 선수는 물론, 말레이시아의 사파위 라시드도 포르티모넨스에서 뛰었다.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세르지우 감독도 아랍에미리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감독 생활을 해, 아시아 선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사진캡처=포르티모넨스 SNS

박지수는 입지전적인 선수다. K3리그에서 출발해 유럽 진출까지 성공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으로 2013년 인천에 입단한 박지수는 단 한경기도 뛰지 못한 채 충격의 방출을 당했다. 은퇴까지 고려할 정도로 방황했던 박지수는 2014년 4부리그에 해당하는 K3리그의 FC의정부 유니폼을 입었다. 가능성을 보인 박지수는 2015년 경남FC로 이적하며 K리그로 돌아왔다. 곧바로 경남 수비의 핵이 된 박지수는 2017년 팀의 승격을 이끌며 K리그2 베스트11까지 선정됐다.

2018년 기량은 더욱 만개했다. 특히 인천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 울분의 세리머니는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리그1에서도 맹위를 떨친 박지수는 당시 깜짝 카드로 벤투호에 승선하기도 했다. 이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당시 김영권을 떠나보낸 광저우 헝다로 이적하기도 했다. 이적료만 20억원이 넘었다. 박지수는 중국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대표팀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2021년 군입대를 위해 수원FC로 단기 임대 왔지만, 계속된 오심으로 2경기 연속 퇴장 후 사후징계로 살아나는 해프닝을 겪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6월 군복무를 위해 김천 상무에 입단한 박지수는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로 나서는 등 여전히 주목 받는 수비수였다. 2022년 김천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 승선을 눈앞에 뒀지만, 아이슬란드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으로 월드컵 출전에 실패하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진출에 성공하며 전화위복이 됐다. 공교롭게도 월드컵 후 해외 진출에 성공한 셀틱의 오현규와 박지수 모두 본선 문턱에서 좌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현규는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27번째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포르티모넨스 유니폼을 입은 박지수는 이제 주전 경쟁에 나선다. 포르티모넨스는 포르투갈 출신의 필리페 헤우바스와 브라질 출신의 페드랑이 중앙을 지키고 있지만, 수비가 다소 불안하다는 평이다. 최근 5경기에서 10골을 내줬다. 박지수가 충분히 주전 도약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박지수는 빠르게 팀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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