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윤석열-나경원 '부부동반' 모임도 했는데…그들은 왜 '헤어질 결심' 했나

원성윤 2023. 1. 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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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나경원 전 의원의 사이는 묘하다. 적과 동지 사이를 계속 오갔기 때문이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서로 돈독했다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대통령 시절을 거치며 관계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권 도전을 놓고 약 한달간 대립각을 세우면서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헤어지게 됐다.

◆ 좋았던 시절 '부부 동반 모임'…당선인 시절엔 '식사도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 사이는 1980년대 서울대 법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 전 의원과 남편인 김재호 판사는 윤 대통령의 3년 후배로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윤 대통령은 과거 사석에서 "내가 업어 키운 후배들"이라며 애정을 나타낼 정도였다고 한다.

조선일보 26일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은 1980년대 후반 함께 사법시험을 공부했고, 김재호 판사도 윤 대통령과 과거 술자리를 자주 했다고 한다. 1997년 나 전 의원 부부가 부산지법에서 근무할 때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을 만나러 부산까지 휴가를 갈 정도의 깊은 인연이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서자 나 전 의원은 적극 도왔다. 나 전 의원은 현장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선거 유세철에는 나 전 의원이 지지유세 청원이 곧잘 올라온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연이은 선거철에 국민의힘 지원 유세에 적극 참여했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 시절에 부부동반 식사 모임을 하는 등 관계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 나빴던 시절…자유한국당 원내대표 vs 검찰총장, 후보 사퇴 종용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하여 악수를 하고 있다. 2019년 8월 8일 사진. [사진=뉴시스]

두 사람의 간극이 벌어진 건 서로가 처한 위치가 달랐을 때였다. 윤 대통령은 알다시피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다. 윤 대통령이 총장 후보자에 올랐을 때 나 전 의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다. 당시에는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총장 후보직 사퇴를 종용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9년 7월 9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온종일 국민들이 우롱당한 거짓말 잔치였다"며 "윤 후보자는 하루종일 모르쇠로 일관하다 녹취파일로 거짓 증언이 드러났다. 국회를 모욕한 것이다. 즉각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가졌다고 한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후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보수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가 됐다. 그런데 이전의 앙금이 남아서인지 캠프 핵심에 들어가지 못했고,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렇다 할 보직을 갖지 못했다.

◆ 서먹한 관계 풀기 위한 尹 대통령 노력…羅 당 대표 출마로 '격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먹한 관계를 풀기 위한 윤 대통령의 노력은 계속 됐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에서 나 전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종 낙점에는 실패했다. 나 전 의원은 이에 낙담하고 서운함도 표했고,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받지 못하자 페이스북에 직접 서운한 감정까지 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을 배려해 두 차례나 특사로 해외에 파견했는가하면, 작년 10월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방구석에 둔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배려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은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유승민 전 의원이 줄곧 1위를 하다 '당원 100%' 투표로 룰이 개정된 이후 나 전 의원이 여론조사 1위로 등극하자 출마 여론이 달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실과 '출산 탕감'으로 인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였다. 자신의 거취를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점이 늦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디오'에 출연해 "출마를 하려면 빨리 출마를 해버리고 접으려면 빨리 접어야 되는데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끌면서 안 두드려 맞아도 될 걸 두드려 맞았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25일 같은 방송에서 "시간을 너무 끌었다. 당 대표 출마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차라리 갖고 있던 공직을 빨리 내려놓으면서 대통령실에서 탓할 명분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 정도로 분위기가 올라왔을 때 빠르게 출마 선언을 해서 출마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정도로 불거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지지율은 점차 하락했고, 결국 주변의 만류가 겹치면서 당 대표 출마를 접게 되는 모양새가 됐다. 언론에 잘 나서지 않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공개적으로 나서 "나경원 처신 어떻게 볼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공개 저격을 한 것 역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했다는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며 당 대표 불출마를 지난 25일 선언했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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