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국가 통계 관리할 ‘통계처’ 필요하다

2023. 1.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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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前 통계청장
정부 부처 데이터 칸막이 심각
기재부 外廳 통계청 한계 뚜렷
경제통계밖에 없던 때 시스템
통계 거버넌스 不在 비용 막대
데이터 허브는 통계청이 맡고
총리실이 총괄하는 게 바람직

현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플랫폼에 무엇이 탑재돼야 할까. 공문서의 디지털화는 국제적으로도 우리가 앞서 있다. 민간 데이터의 디지털화는 정부보다 개인과 기업이 하는 게 옳다. 개선할 점은 국가 통계 데이터의 연계 활용이다. 현 정부의 3대 개혁은 연립방정식 풀 듯 접근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하려면 개인별·가구별로 제반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실질적 은퇴 시기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분리될 수 없으니 노동시장도 고려해야 한다. 인적자본의 현황과 추이는 교육개혁은 물론 연금 및 노동 개혁에도 큰 시사점을 갖는다. 빠른 인구 변화와 기술 변화는 교육·노동·연금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대책을 마련하려면 개인별·가구별 부채 전모를 파악해야 한다. 자영업자는 가계와 사업자 대출이 분리되기 어려우니 가구별 부채 규모를 알려면 가계부채와 사업자부채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누가 할 것인가. 정작 한국은행도 개인별 부채는 파악할지언정 다양하게 연계된 종합적 가구별 부채는 파악하기 어렵다.

연금 데이터의 경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개인연금은 국세청 △주택연금은 금융위원회·주택금융공사 등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4월, 관계 부처는 통계청의 통계등록부를 축으로 해서 각종 연금 데이터를 연계해 포괄적 연금 통계를 개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담당 부처가 제각각이던 제반 연금 데이터가 처음으로 연계되는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 과정을 돌이켜보면 국가 통계 데이터 거버넌스 부재가 가져오는 비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최고의 고령화 속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 최빈국임에도 정작 연금 통계 하나 제대로 연계돼 있지 않았고, 그 연계 합의에만 1년 이상 걸렸다.

왜 이럴까. 부처 간 정책 조정과 관련해 총리실이 총괄·조정의 공식적 권한은 갖고 있지만, 예산 집행과 성과 측정의 실질적 권한은 통계 데이터를 손에 쥔 각 부처에 있다. 공식적 권한과 실질적 권한이 괴리돼 있는 것이다. 사안별로 개별 부처가 정책도 집행하고 정책의 흔적인 통계 데이터도 수집·관리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균형 잡힌 시각보다는 잘된 측면만 선택적으로 부각하려 들지 않을까. 개별 부처마다 자체 통계 데이터에 근거해 우리 부처가 잘했으니 예산과 조직을 더 달라고 경쟁하지 않겠는가.

사회통합, 가계부채, 지속가능 개발, 탄소중립 문제 역시 범부처 자료를 종합적으로 활용해야 더 나은 접근법을 찾을 수 있다.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는 정책 수립과 집행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서로 얽힌 문제는 상호 연계·검증된 통계 데이터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 직제상 청(廳)은 소속된 부(部)의 고유 업무를 맡아 처리한다. 이는, 현재 기획재정부 외청인 통계청이 국가 중앙통계기관으로서 국가 통계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품질 관리하는 데 현실적 한계로 작동한다. 국가 통계 데이터와 관련해 업무와 조직 간 모순이 발생한다.

현재 논란 중인 부동산 통계의 작성 주체는 통계청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한국부동산원이다. 우리나라가 못살던 때는 경제성장이 전부였고, 통계도 경제 통계가 전부였다. 통계청의 기재부 외청 구조는 그때는 맞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통계청은 여전히 기재부 외청이라는 빛바랜 옷을 입고 있다. 부처별로 산재한 국가 통계 데이터를 실효성 있게 검증·연계·활용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면 반드시 통계청과 관련한 정부의 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 통계 데이터에 관한 한 경험과 인력 면에서 앞선 통계청에 허브(hub) 역할을 주고, 통계청을 중심으로 각 부처에 산재한 통계 데이터를 연계·공유·활용하게 해야 한다. 총리실이 국무 총괄·조정에 있어 실질적 권한을 갖도록 국가 통계 데이터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각 부처의 증거 기반 정책을 보다 객관적으로 지원케 해야 한다. 통계청의 통계처로의 전환은 지금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정부 조직 개편이다. 반갑게도, 국회에서 여야 간에 의원입법으로 통계청의 통계처로의 조직 개편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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