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사라진 작은 섬, 늑대는 ‘해달’ 먹고 버텼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알래스카 남동부 글레이셔 만에 있는 플레즌트 섬에 늑대가 찾아온 것은 2013년이었다.
2015년 사슴은 늑대 먹이의 75%를 차지했지만 2017년 7%로 급감했고 대신 해달의 비중은 57%로 늘어났다.
연구자들은 "이 섬의 늑대가 지탱하려면 해마다 해달 90마리를 잡아먹어야 하는데 이 지역 해달 집단이 커 영향은 미미하다"고 논문에 적었다.
복원된 해달의 개체수가 늘자 본토의 늑대도 해달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 무인도 정착 늑대 부부, 사슴 사냥하며 8년 만에 13마리로
사슴 고갈되자 복원된 해달 사냥 나서…육지 포식자가 바다 포식자 사냥
작은 섬 대형 포식자 못 산다 통념 깨…사라진 고대 먹이 그물 되살아나
알래스카 남동부 글레이셔 만에 있는 플레즌트 섬에 늑대가 찾아온 것은 2013년이었다. 성체 암·수 각 한 마리가 60여㎞ 떨어진 본토에서 헤엄쳐 왔다.
백령도보다 조금 큰 면적 52㎢인 이 무인도에는 건강한 사슴 집단이 살았다. 사슴을 사냥하며 늑대는 번성해 2017년 식구를 13마리까지 늘렸지만 사슴의 93%가 사라졌다.
주요 먹이인 사슴이 고갈된 뒤 놀랍게도 늑대는 굶어 죽지 않았다. 복원된 바다 포식자인 해달이 새로운 주식이 됐기 때문이다.
그레천 로플러 미국 알래스카주 어류 및 야생동물국 야생동물 연구자 등은 2015∼2020년 동안 이 섬과 인근 본토의 늑대 무리를 대상으로 배설물의 디엔에이 분석과 지피에스(GPS) 칼라를 매단 이동 경로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혔다.
2015년 사슴은 늑대 먹이의 75%를 차지했지만 2017년 7%로 급감했고 대신 해달의 비중은 57%로 늘어났다. 이런 상태는 연구가 종료된 2020년까지 유지됐다. 해달이 육상 포식자의 주요 먹이가 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이다.
연구에 참여한 탈 레비 미국 오리건 주립대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해달은 해안 생태계에서 유명한 포식자이고 늑대는 육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최상위 포식자”라며 “해달이 늑대의 가장 중요한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해달은 19∼20세기에 걸친 모피사냥으로 이 지역에서 절멸했다가 지난 몇십년 사이 성공적으로 복원됐다. 늑대는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보호 조처가 시작되자 늘어났다. 두 포식자의 개체수가 증가하자 중복된 서식지가 나타났고 포식자 사이의 새로운 관계가 생겨났다.
연구자들이 늑대 무리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섬과 본토 사이의 교류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동안의 현장 연구에서 늑대가 해달 28마리를 사냥한 증거를 확인했다.
로플러는 “사냥 현장을 둘러보고 알 수 있는 건 늑대가 죽거나 죽어가는 해달을 먹는 청소동물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냥꾼이라는 사실”이라며 “늑대는 해달을 뒤쫓아 습격해 죽이고 육지로 끌어올려 먹는다”고 말했다.
해달은 주로 바다에 떠 조개나 게 등을 사냥하지만 백상아리나 범고래 같은 포식자에 쫓기거나 폭풍이 불 때 또는 휴식을 위해 얕은 바닷가로 나오거나 썰물로 드러난 바위에 오른다. 연구자들은 늑대가 이때를 노려 해달의 퇴로를 막고 습격하는 등 협동 사냥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플레즌트 섬의 사례는 작은 섬에서 늑대와 같은 대형 포식자가 서식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깼다. 1960년 알래스카 코로네이션 섬에서 한 고전적인 실험이 그 근거였다.
면적 73㎢이고 사슴이 사는 이 섬에 늑대를 도입했다. 사슴을 잡아먹으며 무리를 13마리까지 늘리던 늑대는 사슴을 모두 잡아먹은 뒤 굶주린 동료끼리 서로 잡아먹는 동종포식을 벌여 1마리만 남은 뒤 절멸했다.
늑대가 온 뒤 불과 8년 만에 사슴과 늑대 무리가 차례로 붕괴했다. 그러나 플레즌트 섬에서는 해달 덕분에 늑대가 8년째 육지의 다른 서식지보다 높은 밀도를 유지하며 번성하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섬의 늑대가 지탱하려면 해마다 해달 90마리를 잡아먹어야 하는데 이 지역 해달 집단이 커 영향은 미미하다”고 논문에 적었다. 복원된 해달의 개체수가 늘자 본토의 늑대도 해달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포식자가 복원되자 끊겼던 과거의 먹이 그물도 되살아난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 연구는 미 국립학술원회보 24일치에 실렸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090371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방어막 찢고 수직하강 ‘북극 한파’…2월에도 급습할까
- 윤 대통령 친분 ‘천공’, IPTV 진출 노렸으나 결국 무산
- 부처간 조율조차 않고 발표했다 철회…‘비동의 강간죄’ 뭐길래
- 삼성전자 반도체, ‘연봉의 절반’ 성과급으로 쏜다
- 치과마다 다른 충치 진단 개수, 왜 그럴까
- ‘완판’ 언급에 김건희 여사 “비싼 옷도 못 사 입는데…”
-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 실존인물 유해, 100년 만에 고국으로
- 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나경원 빠진 뒤 안철수 지지율 ‘두 배’
- “드디어 마스크 벗고 운동”…홈트 대신 다시 헬스장 간다
- 윤 대통령 장모 동업자, 통장잔고 347억 위조 혐의 징역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