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이만익 화백

2023. 1. 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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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 중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는 슬픈 노래를 듣고, 나를 되새기는 마음으로 그림 세계에 매달려 힘찬 석양의 노래를 부르며 작업했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세계화한 이만익(1938∼2012) 화백이 2011년 '석양의 노래' 전시회를 열면서 한 말이다.

그는 시인 소월(素月) 김정식의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하는 시 '산(山)', 육사(陸史) 이원록의 시 '광야'의 초인(超人)을 상상한 그림 '초인',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속의 '표범' 등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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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 중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는 슬픈 노래를 듣고, 나를 되새기는 마음으로 그림 세계에 매달려 힘찬 석양의 노래를 부르며 작업했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세계화한 이만익(1938∼2012) 화백이 2011년 ‘석양의 노래’ 전시회를 열면서 한 말이다. 그는 시인 소월(素月) 김정식의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하는 시 ‘산(山)’, 육사(陸史) 이원록의 시 ‘광야’의 초인(超人)을 상상한 그림 ‘초인’,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속의 ‘표범’ 등도 그렸다. 러시아 출신의 대문호인 레프 톨스토이의 동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인물 이반,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여주인공 비올레타 등을 그린 작품도 남겼다.

그는 전통을 받아들이면서 철저히 자기화(自己化)했다. 고구려 건국신화 속의 ‘주몽 설화’를 담아낸 작품,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삼은 ‘웅녀현신도’, 전래 이야기 ‘흥부전’을 나타낸 ‘가족도’ 등도 그 결과다. 백제 ‘정읍사’, 신라 ‘처용가’, 고려 ‘청산별곡’ 등을 형상화한 작품도 그 연장선이다. “한국적인 것의 상투성을 극복하고, 촌스럽지 않게 보편적으로 제시하고 싶다”며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1961년 졸업한 서울대 미술대 재학 기간을 이렇게도 말했다. “그 시절 내 눈에 아름답게 보인 것은 찌들고 찌그러진 우리의 모습처럼 남아 있는 청계천 변의 누덕누덕한 판자촌이다. 그림 소재를 얻기 위해, 구정물이 흐르고 빨래가 찢어진 기(旗)처럼 널려 있는 삶의 상처, 서울역 광장에서 살기 위해 허둥지둥 나와 있는 밤의 군상들, 그 속을 헤맸다.”

그의 타계 10주기(周忌)를 맞아, 그를 재조명하는 전시회 ‘별을 그리는 마음’이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소마미술관에서 지난해 9월 2일 시작됐다. ‘청계천’ 등 그의 대표작 100여 점을 보여주는 자리로, 오는 3월 5일까지 이어진다. “서양보다 가깝고 훈훈한 것, 때로는 나를 아프게 하고 분노하게 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한(恨)과 기원이 담긴 우리의 얼굴을 그리고 싶었다”던 그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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