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북 무인기 초기에 '긴급 상황 아니다' 판단…전파 안돼"

유영규 기자 2023. 1. 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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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지난달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전방 일선 부대에서는 이를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부대 간 상황 전파가 지연된 것은 물론이고, 아예 부대 간 상황 공유 시스템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26일)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북한 무인기 관련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25분쯤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올 당시 해당 항적을 포착한 육군 1군단의 실무자는 이를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수시보고'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고속지령대와 고속상황전파체계 등 신속하게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합참은 정확한 보고 시간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1군단이 상급 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에 유선 보고한 오전 11시 5분, 지작사가 합참에 보고한 11시 11분이 모두 지나도록 이런 체계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MDL을 넘어온 이후에도 무인기가 계속 아군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아니고 탐지와 소실이 반복됐기 때문에 긴급 상황이라고 재평가하는 과정이 없었다고 군은 해명했습니다.

시스템 장비 고장 등 물리적인 문제는 없었고 판단의 문제였으며, 합참은 이를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표현했습니다.

고속상황전파체계는 전투정보상황실(CCC) 근무 실무자나 작전 계통 참모 등이 지휘관 결심 없이도 활용할 수 있지만, 긴급 상황이 아닌 수시보고 상황이라고 본 탓에 북한 무인기 사태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상황의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는 사이 해당 무인기는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고, 서울을 담당하는 수도방위사령부는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27분쯤부터 자체적으로 이를 탐지하고 방공 작전에 나섰습니다.

수방사가 작전에 나선 11시 27분은 레이더상 항적 포착에 이어 열상감시장비(TOD)로 추가 확인까지 거쳐 적 무인기로 추정할 근거를 확보한 시점입니다.

합참 관계자는 "하루 단위로 보면 (레이더에) 2천여 개 이상의 항적이 나타나고 그 항적들을 적 소형 무인기라고 평가하기가 굉장히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며 "결국 사람 육안이나 TOD(열상감시장비)로 식별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이더에는 적 무인기나 항공기뿐 아니라 민항기, 새 떼, 풍선 등 다양한 항적이 나타나므로 TOD 등으로 추가 확인을 거쳐야 하는 체계라는 설명입니다.

더욱이 1군단이 설령 고속상황전파체계 등으로 상황을 알렸더라도 수방사는 이를 바로 알 수 없는 상태였던 점이 검열에서 드러났습니다.

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로 포착한 항적은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방공C2A)를 거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등으로 연동될 수는 있으나 인접 부대인 수방사와는 연결돼 있지 않았습니다.

가령 1군단이 포착한 항적이 수방사 담당 구역으로 이동하면 그동안 1군단이 추적한 항적 정보가 수방사로 바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군은 이번 사태 이후 1군단과 수방사 간 정보 연계가 가능하도록 조치했습니다.

또 국지방공레이더와 공군 MCRC 간 연동은 수동으로만 이뤄졌습니다.

국지방공레이더에서 잡아내는 수많은 소형 항적이 모두 공군 MCRC에 뜨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입니다.

국방위 전체회의 출석하는 이종섭 장관(왼쪽)과 김승겸 합참의장


합참은 이번 전비태세검열에서 실무진부터 시작해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제대별로 다양한 '과오자'를 파악했습니다.

고위직으로는 지상작전사령관, 수방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1군단장 등이 언급됐다고 알려졌습니다.

군 관계자는 "전비태세검열 결과는 보고를 했고, 합참부터 현장 부대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며 "(문책과) 관련된 사항은 상부에서 신중하게 검토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군은 북한 무인기가 과거와 상용 카메라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일대는 촬영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예전처럼 비행경로 사전 입력 방식으로 비행하면서 영상 촬영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촬영 방법은 수직 직하방 촬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합참은 "비행 고도와 과거 무인기에 장착된 상용 카메라의 성능 등을 고려 시 용산 지역 촬영은 제한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북한 무인기들은 캐논 EOS 550D(2014년 3월 24일 파주 추락), 니콘 D800(2014년 3월 31일 백령도 추락), 소니 A7R(2017년 6월 9일 인제 추락) 등의 카메라를 달고 왔습니다.

이번 무인기가 TOD에 잡힌 영상을 볼 때 카메라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으므로 만약 카메라를 달았다면 무인기 내장형을 장착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측면보다는 수직 직하방 촬영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군의 추정입니다.

무인기 침범 의도에 대해서는 "아군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혼란을 조성하고, 아군의 사격에 의한 민간 피해와 우군기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는 노림수도 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합참은 이번 북한 무인기가 과거 무인기들과 크기와 형상이 유사하다고 봤습니다.

기체 앞부분의 가솔린 엔진과 프로펠러, V자 형태의 꼬리날개, 주날개가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테이퍼형 직선익 등이 비슷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성능은 일부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2014년보다 2017년 추락 무인기가 날개가 길어지고 엔진도 일부 커지는 등 과거에도 성능 개량이 있었고, 과거 무인기들이 추락한 반면 이번에는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점 등이 그 근거입니다.

(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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