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경쟁 금지를 금지"하려는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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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정부의 시장감시 기구입니다. 5명의 위원(commissioner)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고, 그중 한 명이 위원장(chair)을 맡습니다. 7년 임기의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5명 가운데 같은 정당 소속 위원이 3명을 넘을 수 없습니다. 위원회의 정치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입니다.
"아마존 저격수" 칸 위원장의 2023년 출사표
2017년 로스쿨 3학년 학생 때 쓴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은 지금의 칸 위원장을 만든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논문과 칸 위원장의 연방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경제 시대의 시장을 어떻게 감독하는지에 관해서는 제가 진행하는
[ https://www.yalelawjournal.org/pdf/e.710.Khan.805_zuvfyyeh.pdf ]팟캐스트 아메리카노에서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 https://americaknow2020.com/2021/10/01/antitrust1/ ]
그런 칸 위원장의 연방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 새해 초부터 아주 중요한 발표를 하나 했습니다. 경쟁업체 이직 금지, 줄여서 '경쟁 금지 조항(noncompete clause)'이라 부르는 관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이 조항 때문에 노동자가 불합리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쟁을 저해하는 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건 연방거래위원회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책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은 가격 메커니즘만 봐서는 플랫폼 경제의 거인이자 시장을 지배하는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간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잘 풀어낸 글입니다. 칸 위원장의 통찰력도 훌륭하지만, 복잡한 사안을 간명하게 풀어 설명하는 글솜씨도 특히 돋보였는데요, 그런 칸 위원장이 경쟁 금지 조항을 왜 금지해야 하는지 직접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썼습니다. 우선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TbbKgZHZPy ]
초심을 잃은 경쟁 금지 조항
정말 중요한 영업 기밀을 다루는 노동자뿐 아니라 너무 많은 사람이 이 조항의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해고와 이직, 재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미국에서는 고용 계약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런데 연방거래위원회가 예로 든 미시간주의 경비업체 직원을 비롯해 바리스타, 미용사, 정원사 등 경쟁 금지 조항을 굳이 적용할 필요가 없는 직종에서도 계약서에 이 조항을 넣는 게 어느덧 관행이 돼버렸습니다.
회사들이 "복붙"해 쓰는 고용 계약서 견본에 경쟁 금지 조항이 들어있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계약서를 미리 받아서 꼼꼼히 읽어보고, 세부적인 조항을 두고 협상할 여유와 권한이 있는 노동자가 많지 않기도 합니다. 일을 시작할 때는 계약서에 든 줄도 몰랐던 조항이 회사를 나오거나 이직하려 할 때 갑자기 발목을 잡는 겁니다. 회사들은 이 조항을 들어 노동자의 이직을 막거나 정 이직하고 싶으면 회사에 위약금을 내라고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무릅쓰고 직장을 옮겼던 노동자와 소송을 벌인 사례도 있습니다. 어쨌든 실제로 영업 기밀을 취급한 적도 없는데 이 조항의 적용을 받아 이직이 제한되거나 월급을 덜 받게 되는 노동자가 3천만 명에 이르자, 시장을 감독하는 당국으로서는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오히려 좋은 기회
[ https://www.uschamber.com/finance/antitrust/the-ftcs-noncompete-rulemaking-is-blatantly-unlawful ]반대하는 의견을 냈습니다.
[ https://www.ftc.gov/system/files/ftc_gov/pdf/p201000noncompetewilsondissent.pdf ]
연방거래위원회는 입법부가 아니므로, 법을 만드는 궁극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그러나 1914년에 의회가 연방거래위원회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위원회가 출범한 때부터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독점 행위자를 처벌하는 등 위임받은 업무에 관한 법률의 세칙을 개정하거나 제정할 수 있습니다. 위원들이 합의한다고 곧바로 법이 되는 건 아니고, 먼저 위원회 명의로 규정을 제안하고, 시장과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합니다. 경쟁 금지 조항의 경우 지난 5일 연방거래위원회가 초안을 제안했고, 지금은 여론을 수렴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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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premium.sbs.co.kr/article/2TLREKJFJS ]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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