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CAMPERS' 파블로 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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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칼보
파블로는 눈 속을 헤맨 적이 있다. 눈 속에 파묻힌 사람을 발견해야 한다면, 눈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무겁고, 원망스럽다. 왜 눈은 녹아 사라지지 않는가. 소리쳐도 계절은 바뀌지 않는다. 파블로는 20세에 구조팀에서 일했다. 실종자를 찾기 위해 구조견을 훈련시켰다. 구조견을 훈련하려면 눈 속에 사람이 파묻히는 실제 상황을 연출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눈 속에 파묻혀 몇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완전한 침묵 속에서 오랜 시간 잠든 적이 많았다. “눈 속에 파묻혀 있으면 되려 덜 추웠어요. 그래서 눈 속에서 캠핑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파블로는 텐트를 치고 침낭에서 잠드는 스노 캠핑은 사치라고 말했다.
내일 뭐 입지?
파블로는 자신의 스노 캠핑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다. 그에게 추위는 가장 어려운 난제다. 기온이 떨어지면 배터리 소모가 빨라진다. 저녁에는 다음 날 기온을 예측하고, 추울 것으로 예상되면 장비들을 침낭에 넣어 보온한다고 파블로는 말했다. “식수도 마찬가지예요. 침낭에 보관하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돼요.” 그는 기름이나 초콜릿 같은 음식도 얼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다음 날 입을 옷이에요. 옷은 가방에 넣어 따뜻하게 보관해야 해요. 아침에 얼어붙은 옷을 입는 것보다 기분 나쁜 건 없으니까요.”
조지아 캅카스산맥
야생에서의 캠핑은 언제나 특별하다고 파블로는 말한다. 우리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인간의 기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조상의 삶으로, 유목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과 매일 아침 다른 곳에서 눈을 뜬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그런 파블로가 꼽은 최고의 스노 캠핑은 지난 11월이다. 그는 조지아 캅카스산맥의 작은 호수에서 캠핑했다. 일기예보에선 눈이 예상됐지만 날이 맑았기에 여유를 즐겼다. 하지만 밤이 되자 폭설이 내렸고, 아침에는 20cm 이상 눈이 쌓여 있었다. 텐트를 열었을 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 덮인 세상의 침묵은 오래 지속됐다. 아주 천천히 또 느리게 눈이 내렸고, 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나무들은 온통 눈에 덮였죠. 제 자전거는 눈에 파묻힌 거나 다름없었어요. 호수는 너무 고요해서 거울 같았고요.” 파블로는 몇 시간 동안 텐트에 앉아 경치를 즐겼다. 그는 자주 긴장하는 편이라 밤에는 숙면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 하지만 눈이 내리던 그날 밤에는 깊이 잠들었다고 한다. “그날의 풍경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받는 선물 같았죠.”
파가라산 횡단도로
파블로는 2016년 자전거로 루마니아를 여행했다. 당시 파블로는 루마니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파가라산 횡단 도로(Transfagarasan)’를 보기 위해 그는 수백 킬로미터를 우회해야 했다. 그 특별한 도로는 산의 북쪽에 있었고, 파블로는 산의 남쪽에 있었다. 한참 페달을 밟고 나서야 산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밤이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을 치고 해가 뜨기를 기다리자 갑자기 눈이 내렸다. 눈발은 굵어졌고, 아침에는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의 높이로 눈이 쌓였다. 파블로는 눈이 녹기까지 이틀을 기다렸다. 조난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이틀은 그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눈 속에서 캠핑한 다음 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볼 수 있었죠.” 파블로가 말했다.
매트는 필수
스노 캠핑에 앞서 갖춰야 할 것은 좋은 장비다. 장비만 좋다면 눈 속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장비가 없다면 인생 최악의 밤이 될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매트예요. 침낭보다 더 중요하죠. 매트를 고를 때는 ‘R-밸류(RValue)’ 라는 단열 등급을 봐야 해요. 반드시 3.5 이상을 선택하세요.” 파블로는 장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밤새 언 텐트를 말리려면 볕이 드는 자리여야 한다. 해가 언제 어디서 뜰지 알려주는 AR 앱을 이용하면 완벽한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앱 사용을 권장해요. 눈 속에서 캠핑을 하고, 야생을 탐험하지만 21세기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앱을 쓰세요.” 파블로의 말처럼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EDITOR : 조진혁 | GUEST EDITOR : 정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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