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시청시간 1위라는데..호불호 왜 갈릴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1. 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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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정이'가 공개 직후 여러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다만 영화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정이'는 공개 3일 만에 1,9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스페인 등 80개 국가·지역에서도 TOP10에 올랐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도 '정이'는 나흘 연속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정이'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크게 갈리고 있다. '정이'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10점 만점에 6점 초반대의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IMdb 평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이보다 낮은 5점 중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렇다면 이렇게 '정이'의 글로벌 흥행과 평점이 괴리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정이'가 가진 장르적 특성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정이'는 기후 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사이언스 픽션) 영화다. SF 장르는 감상을 앞두고 특별한 배경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영화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누를 수 있는 장르라는 뜻이다. '정이' 역시 극초반 '정이'만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또한 '정이'가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역시 글로벌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요소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과 '반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뚜렷하게 그려냈다. 특히 '부산행'에서는 기존의 좀비와는 다른 '한국형 좀비'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연상호 감독이 선보이는 SF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베일을 벗은 '정이'는 시청자들의 예상과는 달랐다. 각종 CG가 들어간 화려한 전투 장면과 액션신은 극초반과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다. 폐허가 된 지구와 우주라는 배경도 극 초반부에 자막으로 짧게 등장할 뿐이다. 여러 가지 배경 설정이 들어갔지만 이야기의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사이버 펑크적인 분위기와 진화한 CG 기술을 찾아볼 수는 있지만 '한국형 SF'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던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의 말을 빌리면 '고전적 멜로'다. '정이'는 이렇게 로봇으로 둘러싸인 세계 속에서 A.I.와 인간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연상호 감독은 '모성'으로 대표되는 인간성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정이 A.I.가 뇌 복제 후 수많은 테스트에서 실패했던 이유 역시 윤정이의 모성까지 함께 복제됐기 때문이다. 결국 서현은 스스로 정이의 모성을 비활성화하며 정이를 완전한 해방에 이르게 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물론 모든 SF 영화가 화려한 CG와 긴박한 액션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SF라는 장르와 배경을 수단으로 활용해 충분한 이야기를 던질 수 있다. '정이'에도 이 같은 설정이 남아있다. 폐암으로 살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서현에게 의사는 복제한 뇌를 A·B·C 타입의 의체에 심어 영생을 이어갈 수 있다고 소개한다. 같은 복제인간이라도 거금이 들어가는 A타입은 인간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지만 사기업에 뇌 정보를 넘기고 의체를 제공받는 C타입은 사실상 인간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세계관이 중심이 됐다면 더 매력적일 수 있었겠지만 극 중에서는 짧게 소개되는 데 그친다. 

이렇게 '정이'는 SF의 탈을 쓴 신파극으로 재탄생됐다. 이는 연상호 감독이 의도한 바로 SF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기후 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와 우주' '전설적인 용병 정이' '최고의 전투 A.I.' 등의 키워드에 혹해 재생 버튼을 눌렀지만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전개를 접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신파적인 결말 역시 호불호의 큰 원인 중 하나다. K-콘텐츠가 전 세계의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시점에서 '한국식 신파'는 해외에선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의 결말부 신파를 두고 국내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해외 반응은 달랐다. 그러나 많은 K-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며 '한국식 신파' 역시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먹히지 않는다. 설득력이 부족한 '정이'의 신파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결국은 관점의 문제다. 연상호 감독이 주는 이름값이나 화려한 CG, '한국형 SF'의 발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정이'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이'가 화려한 액션과 독특한 세계관을 덜어내고서라도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공감한 시청자들은 '정이'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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