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도 거침없다...KAIST 연구진,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 개발

국내 연구진이 모래사장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지형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이는 '네발 로봇(사족 로봇)'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정밀한 제어로 변하는 지형에서도 사람 대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모래와 같이 변형하는 지형에서도 민첩하고 견고하게 보행할 수 있는 사족 로봇 제어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25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사족보행 로봇이 단단하지 않은 지형을 이동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모래사장은 날씨에 따라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로봇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 실시간으로 바뀐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신하고 이를 분석해 움직임에 반영해야 한다.
연구팀은 실시간 정보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제어 체계를 고안했다. ‘모델프리’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지반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도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인공지능(AI) 구현에 쓰이는 '인공신경망'이 모래사장, 풀밭, 육상 경기장, 단단한 흙길, 에어 매트리스 등 다양한 지반 환경을 학습해 지반의 특성을 구분 및 반영하는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특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족보행 로봇의 움직임 데이터를 수집해 다양한 상황에 가장 적합한 움직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 다양한 지반 환경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물리 현상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강화학습시키는 게 핵심이다.
강화학습은 임의의 상황에서 여러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사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를 만드는 학습 방법이다. 이때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많아 실제 환경의 물리 현상을 근사하는 시뮬레이션으로 빠르게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지면을 강체로 간주한 제어기와의 비교를 통해 학습 간 적합한 접촉 경험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로봇이 지반으로부터 받는 힘의 방향과 정도를 예측하기 위해선 '입상 원뿔 모델'과 '쿨롱 마찰 모델'이 사용됐다. 입상 원뿔 모델은 수직 방향에서 접촉하는 지점을 점으로 지정해 힘의 작용을 계산한다. 쿨롱 마찰 모델은 수평 방향으로 작용하는 무게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마찰력을 확인한다. 데이터를 통한 학습만으로는 실제 외부환경에서 작동할 때 성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접촉을 예측하는 능력을 보강한 것이다.
다양한 외부환경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춘 사족보행 로봇은 실제 실험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모델프리를 적용한 로봇 ‘라이보’는 발이 완전히 모래에 잠기는 모래사장에서 초당 3.03m의 속도로 달렸다. 회전력을 확인하는 실험에서도 성공했다. 물컹물컹한 에어 매트리스에서 초당 1.54도의 회전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갑작스럽게 지형이 부드러워지는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적응했다.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최수영 KAIST 박사과정 연구원은 “실제 변형하는 지반과 가까운 접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지형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자유로운 보행이 가능한 제어기술은 향후 로봇 주행기술 연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사족보행 로봇 주행 관련 다수의 주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박해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스파이더맨’ 로봇이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자력의 방출과 차단을 빠르게 전환하는 기술을 통해 철로 이뤄진 벽면과 천장을 민첩하게 이동한다. 건물 벽을 자유롭게 타고 다니는 스파이더맨과 닮은 이 로봇은 송전탑이나 건설현장과 같은 대형 구조물 점검에 활용될 수 있다.
군사용 로봇인 ‘견마로봇’에 도입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사족보행 로봇은 미래에 쓰임새가 더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해 애완용 로봇 ‘사이버도그’를 출시했으며 국내에서는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자동차가 공장에서 물류를 나르기 위한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 중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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