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보증보험을 먹고 자랐다
2015년 강서구 화곡동에서 시작된 전세 사기 범죄는 감독 기관과 관련 규제의 부재를 틈타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며 세대를 탈바꿈합니다. 화곡동을 넘어선 2세대 전세 사기범들은 임대사업자의 탈을 쓴 바지 사장들로 한 개인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1천 채가 넘는 주택의 명의를 이전받아 ‘왕’ 또는 ‘신’이라 불리며 세입자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2세대 사기의 대표 - '2400 조직'
하지만, 권 씨는 바지 사장에 불과합니다. 권 씨 뒤에서 전세 사기를 기획한 인물은 선후배 사이인 최 모 씨. 최 씨는 2018년부터 권 씨와 처제인 박 모 씨를 끌어들여 전세 사기를 벌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을 포함해 명의자 셋으로는 부족하다 싶어서 2021년부터 A 씨를 끌어들였습니다. 특징은 명의자는 넷이지만 이들과 맺는 전세 계약서에는 ‘010-xxxx-2400’이라는 똑같은 대포폰 번호가 적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번호는 최 씨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로, 최 씨는 이 번호를 이용해 세입자와 바지 사장 관리부터 임대사업자 등록, 보증보험 가입까지 모든 일들을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SBS는 ‘빌라의 신’ 대신 ‘2400 조직’으로 최 씨 일당을 명명했습니다.
보증보험을 먹고 자라는 전세 사기
1) 집주인은 자금 조달 없이 전세 보증금 채무를 떠안는 방식으로 빌라를 매입했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상 ‘을구’가 깨끗했고,
2) 당국에 등록된 임대사업자라 집만 괜찮다면 전세 계약기간을 갱신하기 용이하고,
3) 결정적으로 법이 바뀌면서 2020년 8월부터는 임대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해서 ‘안전한 전세 매물’이라는 믿음이 생겨난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꼽은 3가지 조건들은 대부분 세입자들이 전세 사기 매물을 앞두고도 속절없이 속아 넘어가는 이유들입니다.
대포폰 번호는 바뀐 적이 없다
HUG는 3건 이상 보증금을 대신 내준 전력이 있는 임대인 가운데 △연락 두절 등 상환 의지가 없는 자 △최근 1년간 임의상환 이력이 없는 자 △미회수채권 총액이 2억 원 이상인 자 △기타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영업부서장(관리센터)이 지정한 자 중 하나에 해당하는 집주인을 ‘악성 임대인’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범이 악성 임대인으로 지정된다면, 추가로 보증보험 가입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증보험 악용도 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2400 조직의 주범인 최 씨는 물론 바지 사장 박 씨, 권 씨도 2021년 7월부터 잇따라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올라 더 이상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됐습니다. 2400 조직이 새로운 바지 사장(A 씨)을 찾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악성 임대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명의자를 구한다면 2400 조직은 얼마든지 보증보험 제도에 기생하며 주택 수를 증식할 수 있었던 겁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2400 조직은 전세 계약부터 보험 가입까지 모두 ‘010-xxxx-2400’으로 적힌 대포폰 번호를 사용했습니다. 만약, 자신들이 관리하는 악성 임대인 가운데 일부가 동일한 번호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가 보증 사고를 냈다는 점을 파악했다면 적어도 2021년 7월에는 이들이 새로운 명의자를 앞세워 전세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HUG에게도 기회는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최 씨 등이 악성 임대인이 된 이후 A 씨 명의 주택 가운데 최소 55건이나 보증보험 가입이 이뤄졌습니다. 이때도 2400으로 끝나는 대포폰 번호가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HUG는 아래와 같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2400 조직의 바지 사장이 바뀐 적은 있어도 전세 사기에 사용하던 대포폰 번호 ‘010-xxxx-2400’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최상의 시나리오 vs 최악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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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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