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풍 의원님 , 이제 로맨스보다 본업에 전념해주세요!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3. 1. 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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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사진제공=tvN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tvN 수목드라마 '조선정신과의사 유세풍 시즌2'(이하 유세풍 2)의 박원국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시즌을 설명해달라는 이야기에 "로맨스의 끝을 보여드리겠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9월 첫 방송됐던 드라마의 첫 시즌은 평균 5% 정도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는 어떤 선언과도 같았다. 월드컵 때 감독이 출전 전에 팀의 전술을 공개하는 것처럼, '유세풍 2' 역시 시작하는 자리에서 드라마의 지향점을 다른 이도 아닌 감독의 입으로 명확하게 선언한 셈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유세풍 2'의 여정은 그러한 의도를 충실하게 담고 있는 듯하다. 지난 시즌 서로의 부족함 때문에 넘치는 연심(戀心)에도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유세풍(김민재)과 서은우(김향기)는 에피소드 중간중간 단 둘이 데이트를 하고, 유세풍은 그때마다 인상적인 말들로 서은우를 감동하게 한다. 손을 잡거나 눈을 맞추거나 끌어안기까지 하는 등 사랑의 표현 역시 훨씬 담대해졌다.

이 로맨스는 '유세풍 2'를 규정할 수 있는 단어지만 또 거꾸로 말하면 '유세풍 2'의 한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도 된다.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왔던 유산들이 그 어떤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단계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한 우려가 드는 때문이다.

드라마는 마음을 고치는 '심의(心醫)'를 소재로 사극 최초로 정신과 의사를 다뤘다. 주인공은 유세협은 전도유망한 궁중의사였지만 왕의 죽음을 막지 못한 트라우마로 의원의 생명과도 같은 침술을 행하지 못한다. 결국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시골에 있는 계수의원으로 오지만 오히려 그 유배와 같은 행보가 그에게는 의사로서 껍질을 깨는 계기와 같았다. 그는 몸의 질병을 억누르고 있는 마음의 원인을 찾아내 진정한 치료에 다가선다.

'유세풍 2'는 이렇게 의학물 특히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정신과를 다루면서 당시 드라마계의 최신 유행이었던 옴니버스 형식도 취했다. 주인공은 유세풍과 서은우 그리고 계지한(김상경) 등 세 명의 의원이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병자가 된다. 몸이 아픈 이들이 진짜 아픈 곳은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세 사람은 그 원인을 그때마다 발견해 치료해주고 드라마는 한 회가 또 하나의 한 편 작품으로서 완성도를 갖게 됐다.

사진제공=tvN

시즌 2는 한 회당 이야기가 완결되던 구조와 달리 두 세 회차를 묶어 하나의 에피소드를 선보이고 있다. 우선하는 것도 환자나 그 마음의 병이 아닌 유세풍의 로맨스다. 첫 시즌 사랑의 완성에 그다지 걸림돌이 없어 보였던 두 사람 나름의 시련을 위해 제작진은 두 명의 방해꾼(?)을 투입한다.

옹주 이서이 역의 우다비와 유세풍에 밀려 2인자 콤플렉스를 겪는 전형적인 살리에르 증후군 전강일 역 강영석이다. 이서이는 유세풍에게 혼인을 강요하고, 강영석은 서은우를 마음에 두기까지 하며 질투심이 폭발해 사사건건 유세풍을 견제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위적인 4각관계를 위해 인물을 투입하다보니 후발 투입된 인원의 서사가 강건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서이의 질투와 떼는 그 연유를 몰라 당황스러우며, 다정하고 신사적인 듯하지만 유세풍만 보면 질투가 일어나는 전강일의 서사도 비쳐지지 않았다. 이들의 '방해를 위한 방해'는 딱히 걸림돌이 없는 유세풍, 서은우 커플에 작위적인 장애물을 부여한다.

다행히 최근 방송에서 이서이의 안하무인격 애정공세에 이유가 있었으며 정인이 따로 있었다는 설정으로 갈등이 풀려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보아하니 전강일 역시 비슷한 흐름을 탈 듯싶다. 그렇다면 그것 나름대로, 로맨스 강화를 위해 캐릭터를 희생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진제공=tvN

이렇게 드라마가 로맨스를 위한, 로맨스에 의한, 로맨스의 작품이 되면서 이 작품의 원래 분위기였던 '힐링사극'을 좋아하던 시청자들은 조금씩 지칠 수밖에 없다. '유세풍' 첫 시즌의 미덕이 계수의원 사람들의 천방지축 활약상을 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환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유세풍의 통찰력에 무릎을 치던 기억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전개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감독은 왜 굳이 작품의 시작을 상징하는 행사에서 '로맨스'를 소리 높여 외쳤을까. 이는 러브라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흥미를 보이지 못하는 시청자 층도 분명히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가 연출자에게 크게 가 닿은 탓이다. 물론 인기를 위해 로맨스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유세풍'이 다른 드라마와 달리 '유세풍'일 수 있게 했던 요소는 바로 '마음'을 다루는 방법이다. 진짜 알맹을 빼놓고 다른 요소를 알맹이로 친다면 드라마는 곧 쭉정이가 되고 만다. 

마음이 없는 로맨스는 겉만 화려한 포장지에 불구하고, 로맨스가 없는 마음은 곰삭은 고구마처럼 시청자의 마음에 얹힐 뿐이다. 이 절묘한 경계, 균형을 찾는 일이 '유세풍 2'에는 가장 필요하다. 그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낼 때, '유세풍' 시리즈는 오래도록 시청자의 마음에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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