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싫어병 #월요병퇴치에는 ‘미니멀 룩’이 극약
몸도 마음도 찌뿌둥한 월요일에 딱 맞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났다. 옷을 걸치는 순간 ‘나, 꽤 멋진 여성이 된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드니 말이다. 평범한, 아니 너무 싫어 미칠 것 같은 월요일 출근길을 꽃길로 바꿔준다. 미니멀과 포멀의 경계를 넘나드는 ‘에핑글러’ 쇼룸 탐방기.
"이번 시즌 룩북 코디는 정말 자신 있어서 미리 보내요."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디자이너 브랜드 '에핑글러’ 이혜연(27)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몇 시간 뒤 쇼룸 취재를 앞두고 있는 기자에게 시즌 룩 코디를 추천해주며 건넨 말이다. 그동안 프라이드 강한 패션 브랜드 대표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렇게까지 자신감 넘치는 디자이너는 처음이다. '당신은 분명히 내 옷을 마음에 들어 할 거야’ 하는 확신이 느껴졌다.
자정 넘어 온 메시지에 한 번 놀랐고, 그다음 알게 된 에핑글러 인기에 두 번 놀랐다. 지난해 12월 23일 에핑글러는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일주일간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SNS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기절할 정도’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대체 어떤 브랜드이길래 대표도, 고객도 이렇게 흥분하는 걸까.
에핑글러는 섬유패션디자인과에 재학 중이던 이 대표가 2019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이드온더페이퍼(jade on the paper)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단독 시즌 컬렉션을 내고 있다. 1월 9일, 취재차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브랜드 쇼룸을 방문했다가 이 대표가 휴학생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수업이 한 과목 남았으니 얼른 막바지 학점 채우러 복학해야죠."
이 대표는 대학을 3학년까지 다니다 휴학하고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는 "브랜드를 성공시킨 뒤 복학한다는 생각으로 휴학 기간을 이미 다 썼다"고 말했다. 그가 학업을 중단하고 사업을 시작한 건 158cm의 다소 작은 체구 때문이다.
"외국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은 현실감이 없고,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사이즈를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 브랜드 론칭의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는 '내가 입을 옷은 내가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한국인 체형에 맞는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안 입어봤어요?
에핑글러 컬렉션은 크게 2가지 라인이 있다. 2020년부터 계속 전개해온 시그니처 디자인 라인 'EP’ 컬렉션, 봄·여름과 가을·겨울로 나뉘는 시즌 컬렉션이다. 기자는 쇼룸을 방문해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3 EP 컬렉션을 메인으로 2022 F/W 아이템을 매치해 4가지 룩을 입어봤다. EP 컬렉션은 매년 1월에 출시하며, 브랜드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디자인을 에센셜 제품으로 구성한 라인이다. 계절과 트렌드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스테디셀러라는 것이 해당 컬렉션의 장점이다.
에핑글러를 즐겨 찾는 마니아층도 두껍다. 전체 매출에서 에핑글러 쇼핑몰의 매출 비중이 29CM, W컨셉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매출 비중을 넘어선다고. 보통은 쿠폰이나 할인 행사가 잦은 온라인 플랫폼 구매를 선호하기 마련인데 제품 가격을 그대로 주고도 시즌 제품을 재빨리 구입하기 위해 자사 몰을 이용하는 충성고객이 많은 것. 새 컬렉션이 나오면 대표가 직접 착용해보고 공식 SNS에 제품 리뷰를 올리는 방식으로 고객과 적극 소통한다. 연예인을 통한 바이럴 광고는 일절 하지 않는다.
솔직히 옷을 직접 입어보기 전까지는 '대표가 추천한 4가지 룩이 다 내게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포멀한 디자인이라 평소 내 스타일과 잘 맞긴 했어도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경계심을 바로 풀진 못했다. 그럼에도 나와 디자이너의 체구가 비슷하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였다. 첫 번째 룩을 입어보고 이 대표가 왜 그토록 자신감이 넘쳤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흔한 하루 일상도 특별하게 차려입기
혹시 '월요병’을 앓고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내가 회사에 얼마나 필요한 인재인지’ 틈틈이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그때 필요한 날개는 바로 맘에 쏙 드는 옷. 출근길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에핑글러를 추천한다. 미니멀한 디자인과 드레시한 실루엣, 누가 봐도 신경 써서 차려입은 모양새인데 착용감은 또 얼마나 편한지. 이런 드레스 업은 누구든 좋아할 터. 단, 수입 원단을 사용한 제품은 가격이 살짝 높은 편이다. 여러 의상을 한꺼번에 구입하기보다 시즌마다 한두 벌씩 소장템으로 구매하길 권한다.
LOOK 1
트렌치와 미니스커트
군더더기 없이 똑떨어지는 사이즈와 핏이 마음에 든다. 오벌 슬리브 실루엣이 독특하고, 특히 아우터를 입음과 동시에 축 늘어지거나 처짐 없이 몸에 고정된다. 하의는 버클 벨트가 특징인 체크 패턴 랩스커트로 포인트를 주고, 상의는 어느 정도 기장감 있는 기본 스웨트 셔츠로 룩의 강도를 조절했다. 미니스커트를 입을 때는 슬리브 트렌치코트 같은 기장이 긴 아우터를 걸쳐 이너 웨어와 높낮이 차이를 주는 것도 재미있게 코디할 수 있는 방법.
블랙 컬러 트리거널 슬리브 트렌치코트 54만9000원.
블랙 스웨트 셔츠 16만5000원.
울 체크 쇼트 랩스커트 25만9000원.
블랙 컬러 보부 백 60만8000원.
LOOK 2
오벌 재킷과 플리츠스커트
에핑글러의 옷을 처음 시도하는 이라면 오벌 슬리브 디자인의 아우터를 먼저 눈여겨볼 것. 탄탄하고 고급스러운 실루엣의 재킷은 곡선 소매의 전체적인 라인이 매력적이다. 재킷 안에는 코튼 100%의 로고 스웨트 셔츠와 언밸런스한 앞판의 올리브색 플리츠 랩스커트를 매치했다. 스커트는 단추로 여미는 형식의 미디 기장으로 과하게 길지 않아 좋다. 클래식한 니트와 입어도, 캐주얼한 스웨트 셔츠와 입어도 단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블랙 오벌 슬리브 재킷 38만 원.
버터 컬러 스웨트 셔츠 16만5000원.
올리브색 플리츠 랩스커트 31만9000원.
LOOK 3
모크넥 활용하기
기자 최애 아이템 타이 블라우스. 모크넥 형태로 목 부분에 볼륨감을 주고, 옆 솔기에 달린 타이벨트가 우아함을 살린다. 특히 양쪽 팔만 드러나는 일자형 슬리브로 미운 겨드랑이 살을 감출 수 있다. 단순히 예쁜 오피스 룩이 아닌, 분위기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아이템이라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각 잡힌 실루엣을 선호한다면 함께 입은 오벌 스커트를 추천한다. 이탈리아산 울 혼방 소재로 겉면 촉감은 부드럽지만 도톰한 두께감을 가졌다. 마무리는 보머 재킷으로 캐주얼하게! 빅 포켓 디테일이 돋보이는 크롭트 아우터로 외투를 걸치기 애매한 간절기에 활용하기 좋다.
머디 그레이 모크넥 타이 블라우스 25만9000원.
네이비 코튼 보머 재킷 48만9000원.
오프화이트 오벌 미디스커트 26만9000원.
LOOK 4
스웨트 셔츠와 오리가미 스커트
오늘만큼은 편한 차림이고 싶은데 회의가 있어 마음 놓고 편할 수 없을 때 필요한 룩. 컬러감 있는 스웨트 셔츠에 언밸러스한 롱스커트를 매치했다. 오리가미란 종이접기라는 의미로, 접은 종이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다. 벌룬 셰이프 같으면서 플리츠 모양이기도 하고, 랩스커트를 비대칭적으로 변형시켜 종이를 이리저리 접어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스커트 하나로 차려입은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코디. 드레시, 심플, 포인트 이 3가지를 충족해 에핑글러의 색을 잘 나타내는 아이템이다.
블루 바이올렛 스웨트 셔츠 6만5000원.
네이비 울 버전 오리가미 스커트 27만9000원.
LOOK 5
카디건 세트와 미니스커트
초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입어본 발랄한 미니스커트. 상의로는 나시 & 볼레로 카디건 세트를 착용했다. 각각 단독으로 입을 수 있고, 이탈리아산 PBT 스판사가 함유된 실로 직조해 조직감이 탄탄하다. 랩스커트는 안쪽 단추로 한 번 고정하고, 바깥에서 똑딱이 단추로 한 번 더 고정해 입는 형식. 이중 여밈으로 허리를 탄탄하게 잡아줘 슬림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커피색 볼레로 세트 23만9000원.
코튼 네이비 쇼트 랩스커트 22만9000원.
실버 컬러 패디드 토트백 1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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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에핑글러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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