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저탄소 소’는 기후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남종영 2023. 1. 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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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특별기획|소는 억울하다
⑤ ‘웨어러블 기기’를 찬 소들
세계 각국 온실가스 줄이려고 사육혁신 경쟁 나서
사료 효율과 메탄 저감의 최적 지점 찾는 게 관건
지난달 26일 전남 순천대의 스마트팜 농장에서 홀스타인 수소 한 마리가 자동 메탄 측정기기인 그린피드(왼쪽) 앞에 서 있다. 순천/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지난달 26일 오전 전남 순천의 순천대 스마트온실가스측정농장. 연구원이 스마트폰을 누르니 사료급여기에서 사료가 쏟아졌다. 무선인식태그(RFID) 목걸이를 찬 홀스타인 수소 한 마리가 급여기에 다가가 사료를 우적우적 씹었다.

이를 지켜보는 연구원 스마트폰에 파란색 꺾은선 그래프가 그려졌다. 정상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선은 온실가스인 메탄 농도였다. 한 대당 1억원이 넘는 ‘그린피드’라는 메탄 측정기에서 측정한 값이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농업스타트업 시록(C-Lock)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소가 먹는 사료량, 소가 내뿜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량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관리자의 스마트폰과 농장의 컴퓨터실 그리고 본사의 중앙 서버에 전송한다. “이 한 대가 소 15~20마리를 커버하죠. 물론 사료가 나오면 소가 다가가 먹도록 사전에 훈련을 시키긴 해야 합니다. 오늘은 낯선 사람(기자)이 와서 그런지 소가 약간 긴장했네요.” 이상석 순천대 교수(동물자원과학)가 말했다.

스마트폰에 찍히는 소 메탄 방출량

그동안 소의 메탄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보디홀체임버’를 사용했다. 소 한 마리를 며칠 넣어 공기 중 메탄 양을 측정하는 방(체임버)으로, 국내에서는 국립축산과학원과 서울대에만 있다. 이 교수는 “체임버에 비해 그린피드는 많은 개체 수를 측정할 수 있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많은 실험으로 정확성도 체임버에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의 사료에 천연물질을 넣어 메탄 저감 효과가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소의 월령과 품종, 사료량을 디지털 데이터화해 메탄을 최대로 줄일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소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생명체’다. 인간을 빼고선 말이다.

메탄 측정기인 그린피드에서 소가 사료를 먹으면, 소가 배출하는 메탄 배출량이 파악돼 실시간으로 관리자의 스마트폰에 전송된다. 순천/남종영 기자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자료를 보면, 국내 소의 메탄 배출량은 474만톤(tCO₂eq·이산화탄소환산량)으로 전체 배출량 6억5622만톤의 0.7%를 차지한다. 지구적 차원에서는 좀 더 심각하다. 2015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축산환경측정모델(GLEAM 3.0)을 보면, 총배출량 가운데 소의 메탄이 기여하는 비중이 4% 정도에 이른다.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메탄은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 기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소의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갖가지 방법을 개발하는 데 뛰어들었다. 메탄 배출량을 줄이려면, 소의 소화 작용을 도와야 한다. 잘 소화되지 않는 먹이를 먹으면, 그만큼 메탄이 늘어난다. 소화가 잘되는 먹이라도 절대 섭취량이 늘어나면 헛수고다. 운동을 많이 하는 소라면 그만큼 많이 먹을 테니, 그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방목 소가 실내 사육 소보다 메탄 배출량이 많다.

메탄 저감 물질을 개발해 사료에 섞는 기술적 해결책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메탄 저감제는 크게 세 가지라고 이 교수가 설명했다.

“첫째는 화학합성제에요. 3-엔오피(NOP) 성분으로 유럽에서 이미 젖소용으로 상품 등록을 마쳤어요. 둘째는 바다오리풀 같은 천연물질입니다. 해초류를 사료에 섞어주면 메탄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셋째는 미생물이에요. 메탄을 만드는 게 결국 장내미생물의 작용이거든요. 특정 미생물을 넣어서 휘발성지방산을 만들어주면, 메탄 생성을 줄일 수 있어요.”

“마치 우리가 유산균 먹는 것과 비슷하네요?”(기자)

“그렇죠. 장내미생물의 군집을 바꿔주는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품종교배가 있어요. 메탄을 적게 배출하는 소끼리 배출하는 거예요. 전통적인 방법이죠.”

효율적 사육이 메탄 저감의 열쇠

메탄을 적게 배출하는 유전자를 가진 소가 있지 않을까? 그 질문으로 시작해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저탄소 한우’를 예측하고 검증하는 플랫폼을 만든 전북대 농업스타트업이 멜리엔스다.

윤진원 멜리엔스 부사장은 “송아지 단계에서 털을 뽑아 유전체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에 넣고 저탄소 분석 알고리즘을 돌린다”며 “이렇게 가축 빅데이터(유전체 2만두, 암소 50만두)를 축적했다. 저탄소 한우를 예측하는 비율이 70% 이상 된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한국가축표준사양에 따라 사육하는 것만으로도 메탄 배출량을 꽤 줄일 수 있다”며 “전북 정읍의 협력 농장에서 줄인 100톤의 온실가스를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시범 판매했다”고 밝혔다. 소고기 1㎏ 생산 시 세계 평균 25.5㎏, 한국 평균 13.9㎏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데 비해 저탄소 검증 한우는 8.9㎏이 나온다는 것이다.

메탄 배출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이른 나이에 소를 도축하는 것이다. ‘많이 먹고 덩치 큰 소’ 대신 ‘짧은 기간에 덩치가 커지는 소’로 자주 바꿔주는 사육 기법이다. 이학교 전북대 교수(동물생명공학)는 “유럽연합과 미국의 도축 월령은 20개월 안팎인 반면 한국은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30개월 키운다”며 “이것이 메탄 배출량을 늘게 하는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맛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30년까지 축산 부문 메탄 배출량을 예상배출량(BAU) 대비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저메탄 사료 기준을 마련해 상용화에 나서고 2030년에는 한육우와 젖소 사료의 30%를 저탄소 사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세계적으로 메탄 저감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데다, 저메탄 사료 인증 기준을 운영하는 나라도 없다. 또한 마리당 메탄 배출량을 줄여도 시장의 소고기 소비량이 늘어나면 메탄 배출량의 총합은 줄지 않는다. 이상석 교수는 기술 혁신에 희망을 거는 쪽이다. 그는 “스마트팜 기술을 사용해 최적의 사료 급여 지점과 도축 월령 지점을 찾아내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메탄 저감기술을 개발해도 농장에서 얼마나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어쩌면 기술 개발보다 더 어려운 과제일지 모릅니다. 다음 회에는 김경훈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에게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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