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편차 심각···교사 힘만으론 역부족"

송영규 선임기자 2023. 1.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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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수업 변화' 제안한 조원정 스마트플립러닝연구회장
동영상 활용해 수준맞게 예습 후
학교선 과제풀이 등 심화학습 수업
'모두 함께가는 교육' 이뤄낼수도
정부·사회도 나서 해결 도모해야
조원정 스마트플립러닝연구회장
[서울경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B와 D를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불행하게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 이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스마트플립러닝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조원정(38·사진) 회장은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장항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의 철학은 모두가 함께 가는 교육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플립러닝은 기존 교육 방식과는 달리 수업에 앞서 학생들이 미리 동영상이나 문서를 통해 학습하고 학교에서는 토론이나 과제 풀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학습을 하고 학교는 이를 심화 학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거꾸로 수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연구회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6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직 교사인 조 회장이 플립러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그냥 둬서는 안 될 만큼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부터다. 학생들이 동영상 등을 활용해 자신의 학습 수준에 따라 공부하고 교실에서 이를 바탕으로 토론한다면 학생들이 수업을 포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영상을 통해 배우는 세대”라며 “미리 학습한 것을 수업 시간으로 인정해준다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정 스마트플립러닝연구회장

실제로 조 회장이 교단에서 경험한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은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영어의 경우 같은 수업을 들어도 회화와 작문을 자유롭게 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알파벳조차 모르는 학생도 존재한다. 그는 “일반 고등학교의 경우 교과서를 따라오는 애들이 한 반에 10명도 안 된다”며 “교사들이 제대로 이끌어주면 따라올 수 있지만 교사들도 진도를 나가야 하니 이들을 아예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동안 회자됐던 ‘심심한 사과’와 같은 사례도 기초학력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조 회장은 김소월의 ‘먼 후일’이라는 시에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학생들이 ‘소나무’ ‘대나무’라고 대답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대면 교육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떨어진 어휘력이 이러한 성향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적어도 아이들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교육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아이들이 ‘심심한 사과’가 무슨 말인지 정도는 알도록 하자는 게 내 작은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기초학력이 갈수록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중고 교육이 그 목적을 벗어나 대학 교육 수준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게 조 회장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교학점제다. 학생들의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도입한다고 하지만 과연 지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선택할 만한 능력을 지녔는지는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택을 하려면 아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럴 능력이 안 돼요. 그런데도 선택하라고 하니 일부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제도가 된 것이죠. 기초학력이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는지조차 모를걸요. 중간이 없는 교육이 되는 것이죠.”

조 회장은 교사들의 잘못도 크다고 반성한다. 소신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기보다 그때그때의 유행에 휩쓸리거나 자신을 우선하다 보니 학생들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한 사람이다.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국가에 조언을 할 수 있는 것도 교사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학력 저하는 교사들 개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초중고를 졸업했으면 기초학력은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교단에 서 있는 교사들이 숨 헐떡이며 하는 것보다 높은 사람들이 나서주면 좀 더 쉽게 이뤄지겠죠. 학생들은 죄가 없어요. 단지 제대로 학습을 받지 못했을 따름이죠. 국가와 사회가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송영규 선임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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