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잔치는 끝났다…신간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송광호 2023. 1.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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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은 우리 생애에 다시 없을 최고의 시대였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값싸고 질 좋고 빠른 세계가 비싸고 질 낮고 느린 세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최근 번역돼 출간된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원제: The End of the World Is Just the Beginning)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2020년대부터 종말을 맞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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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자이한 "2020년대부터 미국 주도의 세계화 종말 본격화할 것"
미중 무역분쟁 [연합뉴스 TV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지난 수십 년은 우리 생애에 다시 없을 최고의 시대였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값싸고 질 좋고 빠른 세계가 비싸고 질 낮고 느린 세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최근 번역돼 출간된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원제: The End of the World Is Just the Beginning)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2020년대부터 종말을 맞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예측했다.

책에 따르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는 제2차 대전 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미국의 우산 아래 있던 나라들은 자유롭게 에너지, 물건, 기술을 사고팔았다. 누구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급망에 참여해 원자재를 확보했다. 세계적으로 정교한 분업체계가 그물망처럼 구축됐다.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 자유주의 국가들과 유럽 여러 나라가 이런 세계 질서 속에서 혜택을 보았다. 여기에 중국이 합세하면서 규모의 경제는 극대화됐다. 이 기간 세계적으로 기간 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고, 잉여 자본은 세계 곳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이 만든 질서 속에서 중국이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면 이 질서를 무너뜨릴 필요가 있었다. 미국은 서서히 세계 경영에서 손을 뗐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은 미국의 입장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포격으로 불타는 우크라이나의 한 건물 [EPA=연합뉴스]

저자는 미국의 전략 수정으로 아시아 지역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아시아 국가들은 다양한 노동시장, 미국이 제공하고 뒷받침한 안보 환경, 세계 교역망의 결합을 통해 성공을 맛봤다. 그러나 인구 붕괴에 가까운 출산율 저하로 지역 노동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데다가 미국의 철수는 안보환경과 교역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비용을 끌어올리거나 안보 우려를 강화하는 사태는 무엇이든 동아시아가 제조업계에서 협력할 역량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 가해지는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압도한다고 여겨지는 가전제품, 사무기기, 컴퓨터 등은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는데,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대전화나 반도체, 항공우주 기술 등 고부가 가치 기술 발전도 미국의 견제로 막혀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압박 속에 세계 최고 첨단 기업을 노리던 화웨이는 곤경에 처했다. 저자는 "중국 기업은 대부분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제 기능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EPA=연합뉴스]

유럽도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 영국의 이탈로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그나마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미국과 그 주변국들뿐이다. 일단 미국은 경제의 4분의 3이 국내에서 이뤄져 국제 교역에 노출되는 정도가 제한적이다. 여기에 미국 주도의 경제권에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이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지역 경제권이 더 커질 수 있는 이유다.

저자는 한국 휴대전화 산업에 대해서도 논평한다. 그는 한국이 휴대전화 제조업의 강자로 계속 존재할지 여부는 일본과의 화해에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단 한 번 잘못 삐끗했다가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전체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대부분 잃게 된다"고 말한다.

김앤김북스. 홍지수 옮김. 544쪽.

책 표지 이미지 [김앤김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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