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지도자 모두 미안합니다"…대학축구 대부 변석화의 절규, 왜? [SS포커스]
[스포츠서울 | 통영=김용일기자] “그저 미안하다.”
변석화(62)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은 대학 축구계를 넘어 U-23 연령대 미래를 가장 폭넓게 고민하는 축구계 리더 중 한 명이다. 대학연맹 회장을 여섯 번 연임하는 동안 그가 보인 열정과 소통의 리더십, 과감한 투자 등은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선수(選數)가 높은 만큼 한국 축구의 오피니언 리더 구실도 한다. 그런 그가 근래 들어 공식 석상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지난달 10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22 대학연맹 시상식에서도 “새로운 꿈을 못 이뤄내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아쉬움이 크다. 대학축구 회장으로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최근 1,2학년대학축구가 펼쳐진 경남 통영에서 본지와 만난 변 회장은 다시 한 번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대학 축구 대부’의 애타는 마음은 대한축구협회(KFA) U-21 룰, K리그 U-22 룰 등 저연령 선수 관련 제도와 맞닿아 있다. 과거엔 유망주가 대학을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로 팀부터 유스 시스템이 정착하고 KFA와 프로연맹의 저연령대 선수 정책으로 대학 진학대신 ‘프로 직행’ 케이스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프로 무대와 연령별 대표팀에서 저연령대 스타가 탄생한다. 2019년 U-20 월드컵에서 한국이 준우승 신화를 달성했을 때 선수 21명 중 14명이 프로에서 경험을 쌓았다. 변 회장은 이런 성과를 폄훼하지 않는다. 그가 우려하는 건 빛을 보는 선수보다 ‘낙마하는 선수’가 더 많아서다.
변 회장은 “요즘 U-21, U-22 룰 때문에 대학 선수 다수가 2학년만 되면 중퇴한다. 그리고 프로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축구를 아예 포기한다. 1,2학년 후배 보기에 창피해서 3학년이 되면 그만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프로에서 U-22 룰로 입단한 선수도 ‘대표급’이 아니면 해당 연령대를 벗어나면 방출된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진정으로 어린 선수가 성장하려면 정상적으로 선배와 경쟁해서 이기고 A대표팀도 가야 한다. 우리 현실은 반대”라며 한탄했다. 실제 주요 선수를 제외하면 K리그 U-22 선수가 ‘만 23세’가 된 이후에도 중용된 사례는 극히 적다. 당해 신인왕과 같은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선수도 U-22 자격이 멀어지면 ‘저니맨’이 되는 경우가 즐비하다. 이밖에 U-22 룰로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 5분, 10분만 뛰고 벤치로 물러나는 사례 역시 제도의 폐단으로 지적된다.
더 큰 문제는 1,2학년 선수가 U-22 제도로 프로에 진출해도 해당 대학의 취업률로 반영되지 않는 점이다. 학교는 축구부 운영에 돈은 돈대로 쓰고 실리는 챙기지 못하니 해체 수순을 밟는다. 또 우리나라는 ‘공부하는 선수’를 지향하며 엘리트 선수도 학업을 병행하도록 정책을 꾸렸다. 입시 과정에 성적, 면접 등이 포함되는 데 지도자가 원하는 유형의 선수를 뽑기 어렵다. 변 회장은 “선수, 지도자 모두 힘들다. 대학연맹 회장 권한으로 이를 바꿀 수도 없다. KFA 측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쪽은 U-21, U-22 룰 장점, 성과만 얘기한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변 회장 뜻처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성과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다수 U-22 연령대 선수의 희생, 또 대학 축구 붕괴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변 회장은 일본 사례를 언급했다. “20년 전 일본도 대학을 건너뛰고 프로에 가라는 분위기였다”고 입을 연 그는 “우리처럼 여러 선수가 방출되고, 올림픽 등 연령별 대회에서 몇 번 실패하면서 혼란이 가중했다. 사회 부적응자도 나왔다. 그래서 지금은 철저하게 대학 졸업 후 프로에 가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U-22 제도를 시행하되, (대학과 리그가 연계해서) 프로가 원하는 선수를 쓰면서, 대학에 복귀시킬 수도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저연령대 제도는 흔히 유럽 선진시스템으로 불린다. 변 회장은 “유럽은 클럽 시스템이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유럽은 밭에서 상추를 키우고, 우리는 자갈밭에서 키우는 것과 같다”며 “자칫하다 국내 19~23세 선수는 공부도, 축구도 다 제대로 못 하게 된다. 10년 뒤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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