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물가 안정 ‘두 토끼’ 잡은 베트남[가깝고도 먼 아세안](4)

2023. 1. 2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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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항만공사 / 호찌민 항만공사 홈페이지



경제성장률 8.02%. 베트남이 2022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최근 12년 동안 가장 높은 경제 성장 수치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시장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베트남 통계청은 2022년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6%, 아시아개발은행 6.5%, 세계은행 7.5% 전망치보다 높은 8.0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연초 베트남 정부의 목표치인 6.0%보다 2.02%나 초과 달성한 수치다. 1인당 GDP는 전년도보다 393달러 증가한 4110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됐으며, 1인당 노동생산성은 전년 대비 622달러 증가한 8083달러가 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아울러 베트남 일반 소비자물가는 3.15%, 평균 근원물가는 2.59% 상승해 안정적인 물가 관리에도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은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베트남, 자동차 생산·수입 60만대 첫 돌파

2022년 베트남 국가 통계 중 눈여겨볼 것은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수입한 차량의 증가다. 베트남 통계청에 의하면 2022년 베트남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이 43만9600대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완성차 수입량은 17만6590대로 10.5%, 수입액은 38억7000만달러로 6.8% 각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생산과 수입 합산 자동차 대수가 60만대를 돌파한 것은 베트남 사상 처음이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VAMA)는 2022년 1~11월까지 회원사들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36만9334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VAMA 회원이 아닌 수입 자동차 회사들의 수입분 17만여대까지 계산하면 2022년 한 해 50만여대의 자동차가 베트남에서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등록된 오토바이만 4500만대가 넘는 오토바이 왕국 베트남에서 중산층의 급격한 성장으로 자동차 소비가 덩달아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경제가 발전하고 일반 국민의 소득이 증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베트남은 무역에서도 사상 최대 성과를 이뤘다. 베트남 통상산업부는 2022년 12월 26일 베트남 수출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07년 1월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수출입액 1000억달러를 달성한 이래 15년 만에 무역 규모가 7배 성장한 7200억달러를 달성했다. 2022년 베트남의 수출액은 10.5% 증가한 3710억달러로 92억달러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 가격이 급격히 인상되고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인 의류, 신발이 미국 경제 침체로 주문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위기감이 형성됐다. 일부에서 베트남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해냈다. 2021년 기준 베트남은 수출로는 세계 20위, 수입으로는 23위로 아세안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은 2위의 무역 대국이다. 아직 아세안 각국의 무역 규모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베트남의 무역 규모 순위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베트남 국가신용등급도 조만간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S&P가 2022년 5월 ‘BB+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당시 S&P는 베트남 GDP 성장률을 실제보다 낮은 6.9%로 예측하고 평가를 내렸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해 9월 베트남 국가 신용등급을 ‘Ba2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러 근거 중 베트남이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라는 점과 이 때문에 중국에서 많은 생산기지가 이전해온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순 노동집약산업의 생산기지들이 베트남으로 옮겨올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하이테크 산업들이 베트남으로 이전해오고 있어 베트남의 전망은 더욱 밝다.

미·중 갈등을 피해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아이폰 공급 업체들이 폭스콘, 럭스셰어(Luxshare), 고어텍(GoerTek) 등 모두 21개 업체에 이른다. 이들이 고용한 베트남 노동자만 20만여명이다. 애플의 아이팟을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폭스콘은 올해 5월부터는 ‘메이드 인 베트남’ 맥북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폭스콘은 베트남 북부 박장성에 3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50만5000㎡ 규모의 용지를 임대하고 3만명의 인원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다. 폭스콘과 함께 아이폰 생산을 많이 하는 페가트론(Pegatron)은 LG전자 그룹 계열사들이 자리 잡은 하이퐁에 최대 10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에서는 1~2년 내에 조립 형태로 베트남에서도 아이폰을 생산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다.

2030년까지 제조업 45% 하이테크 전환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베트남 전체 제조 비중의 45%를 하이테크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저임금 노동력 중심 산업 국가로 머물러 있으면 중진국에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음을 명확히 알고 있는 베트남은 ‘2021~2030년 국가 투자·협력 전략’ 하에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른 기술 이전과 국가 성장을 위해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맹목적인 해외 기업 유치만이 능사는 아니다. 베트남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에만 집중하다 보면 봉제, 신발과 같은 노동집약 산업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 있다. 그간 베트남 경제 성장의 한 축이었던 이들이 급작스러운 산업 구조 개편으로 직장을 잃게 될 것에 대비해 이들의 재취업 교육을 강화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베트남 통계청이 언급했듯 사상 최대를 기록한 2022년 수출 실적의 74%는 외국 투자 기업들에서 나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수 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들의 인재 양성과 세제 혜택, 대출 지원 등도 필수다.

호찌민 |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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