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칼럼] 베이비붐 세대와 현명한 소비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수석연구위원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토끼해를 맞아 가장 주목받는 세대가 있다면 아마도 베이비붐 세대일 것이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나 우리나라 인구 성장기를 대표하는 이들 세대는 그 막내 격인 1963년생이 올해 환갑을 맞이함으로써 약 700만 명 모두가 60대로 접어들었다.

최근 연금개혁이 주요 정책 이슈로 부상하면서 이들은 개혁의 핵심 대상이자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노후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개인 삶의 질은 물론 우리 국가 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준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고령소비자 정책 대응 전략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건강한 몸, 마음 관리, 가족 간 화목, 자산 및 수입 관리, 현명한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명한 소비'가 노후 일자리나 취미·문화생활보다 더 중요한 가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100세시대의 본격화와 경제 및 건강 여건의 개선 등으로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소비생활'을 노후 생활의 질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급속히 변화된 디지털 소비환경은 과거의 소비 경험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너무도 어려운 시장이 되었다. 안전한 주거 생활을 위한 IT 기술이나 다양하고 재미있는 OTT 콘텐츠, 가정 간편식 및 고령친화식품의 배달 혹은 구독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많지만, 디지털 소비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가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기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돈은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 이를 실천하기는 어렵다. 많은 베이비부머가 만약 자신이 좀 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면 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고, 생활비를 더 절감할 것이며 이에 따라 노후 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노후 일자리와 연금개혁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일부를 베이비붐 세대가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돌릴 수 있다면 소비자, 시장, 정부가 모두 공생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