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7000km 날아왔지만 그 선수가 안뛴다...절망한 소년의 인생극장
오광춘 기자 2023. 1. 26. 06:44
어린이가 정성 들여 적어온 글을 꺼냈습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지미 버틀러, 당신이 뛰는 것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4405마일(7089km)을 날아왔어요. 같이 사진을 찍거나, (당신이 만든 브랜드의) 커피를 받을 수 있을까요.'
용케 방송 중계 카메라에 이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 뒤에 아르헨티나 국기도 보입니다. 농구 경기를 보기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큰맘 먹고 미국 마이애미까지 건너온 것 같습니다. 버틀러를 보기 위해 7000km를 날아오다니. 이 소년의 꿈은 이뤄질까요.
그런데, 꼭 이런 날 이야기는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죠. 아이 표정이 갑자기 바뀝니다. 힘껏 흔들던 응원 문구를 힘없이 내려놓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쥡니다. 경기 직전 버틀러가 허리 통증으로 결장할 수밖에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하필 왜 이날이었을까요.
다행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그다음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이는 버틀러의 유니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사인이 담긴 농구공도 받았습니다. 마이애미 구단은 낙담한 어린이 팬을 버틀러와 만나게 해줬습니다. 이날 마이애미는 보스턴을 상대로 승리까지 낚았습니다. 아이의 얼굴은 다시 환하게 펴졌습니다.
어린이 팬의 가족은 활짝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버틀러를 향해 감사 인사도 남겼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 받은 거죠. 이 소년은 버틀러도, 마이애미도 영원히 기억하지 않을까요. 한번의 승리를 안기는 것보다 한번의 추억을 선물하는 것. 그게 스포츠의 진짜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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