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고뇌는 지루하고…'사랑과 전쟁'만 남았네
앙상블 노래→베토벤 고뇌→토니 위로
형식 반복, 서사 빈약…관객 평점 최저
인물 감정선도 명확히 안 드러나
"화려한 무대 연출은 그래도 볼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무대 연출은 그래도 볼만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클래식 거장이자 세기의 천재로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작곡가 베토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숱한 명곡을 남긴 천재 작곡가 베토벤은 드라마틱한 삶으로 여러 창작물의 소재로 자주 쓰여왔다. 그중 이번 공연에서 주목한 것은 베토벤 사후에 발견된 ‘불멸의 연인’에게 남긴 편지였다. 게리 올드먼 주연의 영화(‘불멸의 연인’)로도 잘 알려진 편지다. 하지만 뮤지컬은 영화와 전혀 다른 인물인 안토니 브렌타노(토니)를 ‘불멸의 연인’의 주인공으로 설정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작품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갈 때인 1810년부터 1812년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1막은 베토벤의 내면에 집중한다. 극 중 베토벤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지만, 아버지로부터 받은 폭력과 학대로 마음의 문을 닫고 냉소적으로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토니라는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온다. 토니는 어릴 적 정략결혼으로 사랑을 알지도 못한 채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인물.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한 마음의 상처가 있음을 알고 가까워진다. 2막에선 베토벤과 토니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이 둘의 사랑이 어떻게 베토벤의 음악과 예술로 승화했는지를 그린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위대한 작곡가의 이야기를 지극히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미하엘 쿤체는 이 작품의 주제에 대해 “외롭고 영혼의 상처가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물의 감정선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다 보니 관객 입장에선 베토벤과 토니의 사랑이 ‘불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감정으로 다가올 뿐이다. 예술가로서 베토벤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더욱 실망할 부분이다.
다만 무대 연출만큼은 뛰어나다. 토니를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베토벤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양옆 무대를 허무는 1막의 마지막 장면, 그리고 2막 초반부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를 구현한 대형 무대 장치가 위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충족시킬 만하다. 베토벤의 기악곡을 활용한 넘버는 처음엔 낯설지만 듣다 보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런데도 서사의 빈약함을 채우지 못한다면 ‘베토벤’은 ‘K뮤지컬’의 대표작이 되기엔 부족해 보인다. 공연은 오는 3월 26일까지 이어진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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