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얼음공주' 김자영 "제2의 인생을 찾고 있어요"

김기중 입력 2023. 1. 26. 05: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LPGA 투어 통산 4승 최고 인기 스타
"쉬겠다" 후 은퇴 발표도 없이 사라져
"슬픈 느낌 커 은퇴식 미뤘지만 이제는 늦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되려 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4승을 거둔 인기 스타 김자영이 1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얼음공주, 자몽, 필드의 요정, 골프계의 아이돌, 얼짱 프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고 인기 스타 김자영(32)에게 따라붙던 수식어들이다. 투어 통산 4승을 거둔 빼어난 실력과 함께 아이돌급 외모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김자영은 2021년 시즌 필드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휴식을 취하겠다”는 소속사의 발표만 남긴 채. 김자영의 커리어와 인기라면 응당 열렸을 화려한 은퇴식도 없었고, 그 흔한 은퇴 발표 자료 한 장 남기지 않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종적을 감췄던’ 김자영을 만났다. 웃음기 없는 표정 때문에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필드를 벗어난 그는 웃음기 많은 또래의 숙녀였다. 얼음공주가 왜 이리 웃음이 많냐고 하자 김자영은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웃지 않았던 것이지 저 원래 웃음 많아요”라고 받아쳤다.

김자영은 2010년 데뷔해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 골퍼였다. 2012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뒤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등 한해 동안 3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국내 여자프로 선수들 가운데 처음으로 LG그룹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김자영은 2017년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거뒀지만 2020년 시즌 상금 순위 66위로 투어 시드를 잃으면서 휴식을 선언했다.

김자영은 은퇴를 한 것일까. 그는 “현역 때에 비해 이미 근육도 많이 빠져서 다시 하기는 쉽지 않아요. 은퇴를 한 거예요”라고 못을 박았다.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결과가 이어지지 않다 보니 많이 지쳤던 것 같다”는 김자영은 “그때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하는데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역시 그의 은퇴를 부채질했다. 김자영은 “갤러리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몰랐는데 막상 안 들어오시니까 영향이 컸다”면서 “내가 갤러리들의 에너지를 많이 받았던 선수였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수 생활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말씀은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저는 골프만을 위해서 살아왔는데 제 전부였던 것을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사실 아직도 이상하다”고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김자영은 ‘은퇴식’이라는 마침표가 당시에는 홀가분함보다는 슬픈 느낌이 더 커서 미뤘다고 한다. 그러다 때를 놓쳤고 이제는 계획마저 잡지 않고 있다. 팬들을 위해 시즌 중 작은 은퇴식도 고려해봤지만 자신이 초청선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결국 후배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마저도 포기했다. 김자영은 “은퇴식이라는 것을 하면 뭔가 속상할 것 같긴 하다. 전 소속사 등이 아직도 얘기하긴 하지만 별도의 은퇴식은 생각을 안 해 봤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자영이 2012년 11월 17일 싱가포르 라구나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마지막날 7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제공

11년 선수 생활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였기에 은퇴 후 인생을 전혀 고민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자영은 아직도 ‘제2 인생’을 찾는 중이다. 그는 “약간 좀 막막하기도 하고, 뭔가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하게 있는 상태도 아니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프를 완전히 떠나서 새로운 인생을 살 것 같지는 않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동안 휴식을 취했던 김자영은 투어 프로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사이 투어 선수들을 돕거나 일반 아마추어 레슨도 해봤고, 방송 레슨 등을 제안받았지만 모두 자신의 적성에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치는 일만은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가르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 특히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은 재미있다”면서 “제가 가본 길이니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하게 잘 갈 수 있을지를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제2 인생’ 찾기는 진행 중이지만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다. 김자영은 “무엇을 하든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그동안 저를 사랑해줬던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보답하기 위해서 앞으로 많은 대외 활동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인생의 반쪽을 찾고 싶은 때도 됐다. 김자영은 “(오)지현이도 결혼을 하고 주변에서 하나둘씩 결혼을 하니 나도 조급해진다. 제 짝 좀 찾아주세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