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고구마의 추억/박현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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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은 고구마가 제격이다.
군고구마든 찐고구마든 상관없다.
황톳빛 고구마를 솥에 찐다.
피시식 하는 소리에 솥뚜껑을 열면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아래 윤기 나는 고구마들이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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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은 고구마가 제격이다. 군고구마든 찐고구마든 상관없다. 황톳빛 고구마를 솥에 찐다. 피시식 하는 소리에 솥뚜껑을 열면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아래 윤기 나는 고구마들이 나를 쳐다본다. 간혹 너무 잘 익어 껍질이 터진 녀석도 있다. “너무 쪘나” 하는 아쉬움보다 군침을 돋우는 속살에 손길이 먼저 간다. 밤고구마는 특히 좋다. 생율을 좋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물고구마보다 더 달다. 허기질 땐 쟁반에 가득 담은 고구마들을 후딱 해치우고 김치를 먹는다.
고구마를 먹다 보면 어릴 적 고향이 떠오른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할머니집 아궁이에서 꺼낸 시커멓게 탄 고구마가 손에 잡힌다. 입가에 숯검정이 묻지만 무슨 대수랴. 할머니가 시렁에서 꺼내 주시는 대봉 홍시도 따라온다.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날 따듯한 온돌방에서 먹는 홍시 맛은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하고는 비교할 수 없다. 겨울은 만물의 성장이 멈춘 계절이지만 추억을 익히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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