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첩단은 왜 노동·농민·종교계를 표적으로 삼았나

문재연 2023. 1. 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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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당국의 간첩단 수사가 겨냥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은 주로 친북 성향의 노동·농민·종교계 인사들이다.

바꿔 말하면 접촉 거점으로 적시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대남 공작원 리광진과 김명성 등이 이들 분야를 노렸다는 의미다.

실제 리광진과 김명성이 관리해온 국내 지하망의 핵심 혐의자들 또한 대부분 노동·농민계 출신으로 전해졌다.

북한 리광진과 김명성이 관리하는 지하망에는 노동·농민 외에 '종교계' 인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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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동·농민계 사상적 침투 용이하다고 판단
과거 학생 노린 교육계도 대표적 표적이었지만
종교인 접촉도 눈에 띄어
시민단체 "특정 집단 '낙인찍기' 위한 공안 탄압"
18일 국정원과 경찰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민주노총 트위터 캡처

공안당국의 간첩단 수사가 겨냥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은 주로 친북 성향의 노동·농민·종교계 인사들이다. 바꿔 말하면 접촉 거점으로 적시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대남 공작원 리광진과 김명성 등이 이들 분야를 노렸다는 의미다. 왜 그랬을까.


北, 역사적으로 노동·농민 노려 공작

정보 소식통은 25일 "노동자와 농민은 북한이 대남공작에 나설 때 혁명 주류세력으로 여겨 표적으로 삼기 쉬운 대상"이라며 "이들이 다시 종교계로 침투해 사상·문화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향이 최근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리광진과 김명성이 관리해온 국내 지하망의 핵심 혐의자들 또한 대부분 노동·농민계 출신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 대남공작부서와 연계된 적이 없는 노동·농민 단체까지 국정원의 내사 대상에 오른 건 지적할 대목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 노동·농민단체는 침투가 용이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그로 인해 해당 단체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는데도 북한의 공작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공안당국은 이 같은 경우를 '물린다'라고 표현한다. 당사자로서는 억울할 만한 일이다.


리광진·김명성 산하 지하망, 종교인사도 공략…"해외 접촉 용이한 점 노려"

북한 리광진과 김명성이 관리하는 지하망에는 노동·농민 외에 '종교계' 인사가 등장한다. 리광진은 2015년 적발된 '목사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개입한 바 있다. 유죄를 확정받은 목사 A씨는 2015년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리광진을 만나 사상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성이 관리하는 지하망 '민중자통전위'를 구성한 혐의를 받는 전북 소재 농민 관련 단체의 전 간부 B씨 또한 목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보 소식통은 "과거에는 교육계 인사를 선전·선동에 이용하기 위해 공작활동을 적극 벌였지만, 최근에는 선교활동에 열심인 종교 인사를 주로 공략하는 양상"이라며 "선교와 선도를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간다는 점에서 이들은 북측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0년대 들어 북한 대남공작부서는 동남아시아에서 노동·농민·종교 인사들과 접촉해 조선노동당 입당과 충성서약, 비밀암호 사용법 교육 등을 진행해왔다. 당국은 최근 압수수색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도 캄보디아 프놈펜 등에서 북측과 만나 교육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北 지하망, 단선 구조 아닌 조직원 상호 접촉 정황…진보단체 '낙인찍기' 반발

통상 북한이 조성한 국내 지하망은 단선 구조다. 구성원 간에도 서로 알지 못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안당국은 서로 다른 지하망 구성원끼리 상호 존재를 인지하면서 첩보를 북한에 제공한 정황을 최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총 간부 C씨가 리광진 산하 지하망을 구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사와 접촉한 정황을 조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당국은 해당 목사와 관련한 수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리광진 공작팀이 C씨에게 정보수집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김명성 산하 조직으로 알려진 제주 'ㅎㄱㅎ'과 관련 "서울에 구축된 지하망 구성원과 접촉한 의혹이 있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진보단체는 이러한 공안당국의 수사가 보수정권에 반대하는 특정 세력을 겨냥한 '낙인찍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대리해온 장경욱 변호사는 "국정원은 남북이 적대관계에 있을 때마다 집권세력의 영향을 받아 수사를 해온 경향이 있다"며 "특정 세력을 겨냥한 민심몰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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