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맨스가 통한다고?···틈새 파고든 '알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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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입구에 소녀 200명가량이 몰렸다.
하지만 일본 영화의 한국 관객점유율이 6.2%(2021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흥행수치다.
처음엔 개봉하기 어려웠던 영화다.
일본 로맨스 영화가 한국에서 많은 관객을 모은 적이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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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쏠한 흥행 성과 내며 극장가 새 트렌드 제시해
영화관 입구에 소녀 200명가량이 몰렸다. 영하 10도 날씨가 무색했다. 소녀들은 말쑥하게 차려입은 일본 청년이 나타나자 잇달아 괴성을 냈다. K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시기, 25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 CGV용산점에선 흔치 않은 풍경이 연출됐다. 청년은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 나니와단시의 멤버 미치에다 슌스케. 그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늘밤)의 주연배우로 한국 흥행에 대한 감사 인사를 위해 전날 서울을 찾았다.
‘오늘밤’은 지난해 11월 30일 개봉해 24일까지 96만 명이 관람했다. 대박이라는 수식을 붙이기 어려운 관객 동원. 하지만 일본 영화의 한국 관객점유율이 6.2%(2021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흥행수치다. 충성도 높은 관객층을 공략해 거둔 성과다. 코로나19로 시름을 겪는 극장가가 반길 알짜 흥행이다. ‘아바타: 물의 길’처럼 대작에만 관객이 쏠리는 최근 극장가에서 ‘오늘밤’의 흥행은 주목할 만하다.
‘오늘밤’은 매일 밤 기억이 지워지는 소녀와 그를 연모하는 소년의 사랑을 그린다. 처음엔 개봉하기 어려웠던 영화다. 배급사들이 돈이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일본 로맨스 영화가 한국에서 많은 관객을 모은 적이 적기 때문이다. 수입사 미디어캐슬 관계자 등은 생각이 달랐다. 동명 원작소설이 국내에서 40만 부 팔린 점을 주목했다. 원작을 알 만한 10대 후반ㆍ20대 초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흥행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늘밤’은 목표했던 40만 명을 넘어 100만 관객 고지를 넘보고 있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에 따르면 ‘오늘밤’의 관객은 10대(33.4%)와 20대(30.8)가 대다수다. 여성 관객(68.2%)이 남성보다 2배 이상이다. 공동배급사 홀리가든의 김은주 대표는 “30~40대에게 상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점이 10대와 20대 초반에게는 신선하게 읽힐 수 있으리라 봤다”며 “충성 관객층 중심 입소문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특정 관객층을 사로잡으며 겨울 극장가 흥행강자가 됐다. 24일까지 관객이 159만 명으로 극장가 예상(50만 명)을 깬 지 오래다. 1990년대 초ㆍ중반 만화와 TV애니메이션으로 인기 있었던 ‘슬램덩크’의 추억을 불러낸 점이 흥행 원동력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요 관객층은 30대(40%)와 40대(38%)다. 남성 관객(55%)이 더 좋아한다. 황재현 CGV 전략담당은 “만화와 TV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농구가 인기 있던 시절을 보낸 세대가 옛 감성을 되살려 보기 위해 극장을 주로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5일 나란히 개봉한 대만 영화 ‘상견니’와 홍콩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도 특정 관객층에 호소한다. ‘대박’과는 거리가 있으나 흥행 위험도가 낮은 영화들이다. ‘상견니’는 동명 대만 드라마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에 매료된 시청자들을 극장까지 불러내려고 한다. ‘천룡팔부’는 중국 드라마 ‘천룡팔부 2021’과 관련이 깊다. ‘엽문’ 시리즈로 국내에서 인지도 높은 전쯔단(甄子丹)이 주연했다.
‘상견니’와 ‘천룡팔부’는 영화 규모에 비해 홍보가 공격적이다. ‘상견니’의 주연배우 3인은 26일 내한해 무대인사 등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전쯔단은 이례적으로 지난 23일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영화를 알렸다. 충성 팬층에 호소하는 전략들이다. 황재현 전략담당은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린 영화들이 최근 흥행한 점은 고무적”이라며 “콘텐츠별 특징에 따른 배급 전략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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