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경원 사태’ 봉합 與, 전화위복과 자해의 갈림길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3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국민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부분이 있기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했다. 나 전 의원 출마를 놓고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다퉜던 여당 내분이 가까스로 봉합된 것이다. 재연될 뻔했던 집권당의 이전투구가 이쯤에서 끝난 것은 국정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여당 국정 운영의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은 나라의 미래가 달린 저출산위 부위원장에 취임하고 불과 두 달 만에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검토했다. 애초에 자리를 맡지 말아야 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가 감소했다. 3년 연속 줄고 있다.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악이다. 나라가 무너질 지경이다. 이런 중요한 정책의 방향을 놓고 저출산위 위원장인 대통령과 부위원장인 나 전 의원이 공개적으로 정치 충돌을 벌였다.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도 대화, 조정이 아니라 사의 표명과 해임이라는 충돌뿐이었다. 해임 뒤에도 “해임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안다”는 나 전 의원과 “그간의 처신을 생각해보라”는 대통령실 즉각 반박이 이어졌다.
‘이준석 사태’가 봉합된 지 4개월 만에 또다시 내분이 불거진 것은 이제 겨우 상승세를 타려는 국정 신뢰도에 다시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내년 총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 전 의원과 충돌하는 전면에 선 쪽은 이른바 ‘친윤’ 세력이었다. 항간에는 이들이 당권을 장악하면 내년 총선에서 다시 과거 친박 파동과 같은 공천 전횡을 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그런 잡음과 내분에 휩싸인 정당이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적이 없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 공공 개혁 등 나라 명운이 걸린 과제를 안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서 또다시 소수당이 되면 모든 개혁이 물 건너가게 된다.
이제 국민의힘 대표 경선 구도는 대통령실이 원하는 대로 됐다. 더 이상의 개입은 역풍을 부를 것이다. 새해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무역 적자가 100억달러를 넘었다. 물가 상승도 심각하고 난방비 급등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북한도 머지않아 도발을 시작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출산 대책도 더 이상 표류해선 안 된다. 윤 정부가 국정에서 성과를 보여준다면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그 반대면 누가 당대표가 돼도 국민은 외면한다. 나경원 사태가 집권당 자해극이 될지 아니면 전화위복이 될지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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