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독일 탱크
탱크(tank)는 1차 세계 대전 때 참호 돌파용으로 영국이 처음 개발했다. 신병기 개발을 숨기기 위해 급수차(탱크)로 거짓 선전하며 붙인 암호명이 진짜 이름이 됐다. 당시 전선은 철조망과 참호, 기관총이라는 ‘악마의 3형제’로 짜여 있어 서로 막대한 사상자를 냈다. 솜 전투에 처음 투입된 탱크는 철조망을 부수고 기관총 사격을 버티며 적진을 돌파했다. 하지만 갯벌 같은 전장에선 기동성이 떨어지고 고장도 잦았다.
▶당시 탱크를 두려워했던 독일은 2차 대전 때는 탱크를 게임 체인저로 만들었다. 탱크에 무전기를 달고 집단을 이뤄 연합 돌격전을 펼쳤다. 1939년 대규모 탱크 부대를 앞세운 독일군에 폴란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노르웨이·덴마크·벨기에·네덜란드도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프랑스가 자랑했던 마지노선도 맥 없이 무너졌다. 이른바 ‘전격전’이다.
▶독일 탱크의 꽃은 ‘티거(Tiger·타이거)였다. 독일은 개전 초기 파죽지세로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소련엔 T-34 탱크가 있었다. 내구성이 강한 T-34는 독일 탱크에 맞서 분전했다. T-34에 충격받은 독일은 1942년 ‘괴물 티거’를 개발했다. 대전차포에도 끄떡없었고 포 명중률은 압도적이었다. 티거 한 대가 연합군 탱크 10여 대를 부수기도 했다. 티거 전차는 저승사자와 같았다. 오늘날 독일 축구 대표팀을 ‘전차 군단’이라 부를 정도로 당시 위력이 컸다.
▶전쟁에 졌지만 냉전이 오자 독일 전차는 부활했다. 소련의 위협에 맞서 레오파르트 전차를 개발했다. 수천 대가 제작됐다. 그런데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후 전차 필요성이 줄었다. 독일은 이 전차를 유럽 각국에 넘겼다. 그 레오파르트 전차가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 T-72, T-80 탱크에 대적할 무기로 재조명받고 있다. 나토 진영은 한목소리로 레오파르트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라고 독일을 압박했다. 결국 독일도 동의했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맞붙게 된 레오파르트(A4형)와 T-72는 냉전 시대의 낡은 전차들이다. T-72는 이미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그런데 레오파르트도 이 꼴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 전차 군단의 명성은 이미 퇴색했다. 전차 부대를 너무 줄여 정상 작동 전차가 몇 대인지 모르는 지경이라고 한다. 전차 생산성도 형편없다. 반면 우리 K-2 전차는 최신형 레오파르트에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서 값은 훨씬 싸다. 생산성은 비교도 할 수 없다. 지금 서방세계 전차 군단은 오히려 한국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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