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넥스트 차이나’ 전략 있나
석 달 전 시진핑 주석 3기가 출범하자마자 홍콩 증시가 폭락했다. 시 주석 장기 집권이 가져올 암운(暗雲)이 짙어 보였다. 그때 중국 경제를 30년 연구해온 한국금융연구원 지만수 박사의 전망은 조금 달랐다. “앞으로 2~3년을 보면 중국의 경제 환경이 좋습니다. 코로나 봉쇄령을 풀면 바닥에서 출발해서 슬슬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겁니다.”
3개월 지나보니 지 박사가 전망한 대로 굴러가고 있다. 봉쇄령을 없애자 ‘리오프닝(reopening)’ 기대가 부풀었다. 지난해 3% 성장률에 그친 중국 경제가 올해는 용수철 튀어오르듯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들어 골드만삭스가 5.2%에서 5.7%로, 모건스탠리가 5.4%에서 5.7%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중국은 대기근이 강타한 1961년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더 이상 ‘젊은 중국’이 아니다. 인구가 정체될 때 인위적 부양을 하면 거품만 키운다는 걸 우려해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중국이 성장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EIU가 분석했다. 이미 중국은 부동산 투자를 작년에 10% 줄였다.
대신 중국은 한동안 옥죄던 IT산업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동안 국영 기업만 누리던 토지와 금융 혜택을 해외 기업에도 열어줘 투자 유치를 늘리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예전의 쾌속 성장은 어렵겠지만 인구 감소와 성장률 감속 시대에 연착륙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공식을 짜고 있다. 영화 대사처럼 ‘중국은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인상을 준다.
문제는 한국이다. 중국 경제가 반등한다고 해서 우리가 자동으로 곁불을 쬘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수출은 소비재는 적고 중간재 비율이 90%를 넘는다. 중국인들이 보복 소비에 몰두해도 온기를 얻어내기 어렵다.
작년 우리나라가 가장 무역흑자를 많이 거둔 나라는 베트남이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흑자 규모 22위에 그쳤다. 코로나 봉쇄령 영향이 컸다고 하지만 2018년만 해도 중국이 흑자 규모 1위 상대국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지축이 흔들리는 변화다. 베트남이 떠오르는 별은 맞고, 무역 상대를 다변화하면 좋다. 하지만 인구가 중국 허난성 정도에 그치는 베트남이 ‘넥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중국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현상) 시대를 맞아 예전과 차원이 다른 대외 비전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거나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오래된 격언 같은 구호에 머무르고 있다. 덩치 큰 중국이 변신하는 만큼도 못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새롭고 정밀한 대외 전략을 세워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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