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해 ’ 부산 문화예술계 이것만은 풀자
# 오페라 시즌 단원제 꼭 성공해야
정두환 음악평론가·문화유목집단동행 예술감독
- 작품 일정 맞춰 경험·도전 기회
- 젊은 예술인 성장할 터전 필수
- 각 예술단 리더 인선작업 매듭
- 전문화·미래지향 원년 됐으면
2023년이 밝은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올 한 해 음악계가 풀어야 할 과제는 뭘까. 먼저, 부산시립예술단의 수장들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다. 시립국악관현악단과 시립청소년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는 공석 상태며, 시립소년소녀합창단 수석지휘자 임기는 오는 3월까지이다,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오는 8월, 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2월, 시립극단과 합창단은 각각 2024년 4월과 12월로 그 임기가 정해져 있다. 물론 연임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수장을 뽑든, 연임으로 이어지든 봉직할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다.
시립국악관현악단은 최근 예술감독 공모에 들어갔으며 현재 추가 모집을 진행하고 있고, 청소년교향악단은 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가 청소년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다시금 겸임하는 것으로 얼마 전 결정 났다. 그런데, 청소년교향악단은 부산 교향악단의 미래다. 교육과 육성에 함께 초점을 맞추는 청소년교향악단과 교향악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는 부산시향과는 상황과 역할이 다르므로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는 수장들이 있어야 함은 자명하다. 각 단체의 운영과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안에 시립예술단의 수장 문제는 전반적으로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다.
둘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은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오페라하우스가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는 오페라를 위한 시즌 오케스트라와 시즌 합창단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이 사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시즌제가 나오게 되는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3년 부산문화회관이 부산시 사업소이던 시절, 문화예술 힐링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2015년까지 오페라 아카데미, 찾아가는 문화공연, 해설이 있는 갈라 콘서트를 진행했고 2016년부터 부산문화회관의 본격적인 ‘오페라위크’가 시작되었다. 2020년까지 부산문화회관은 민간 오페라단과 공동으로 작업하여 전막 오페라를 비롯한 갈라 콘서트 등 다양한 오페라를 통해 시민을 만났다.
이후 부산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대관극장이 아닌 제작극장 중심으로 운영될 것을 표명하면서 2021년부터 부산시와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 금정문화회관이 협업해 전막 오페라와 콘서트오페라, 갈라 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의 오페라를 제작했다. 이 가운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각 극장에서 운영했던 2021년을 보완하기 위하여 2022년에 시즌 오케스트라·합창단을 공모하여 운영하기로 하였으나 홍보 부족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를 제작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부산시립예술단과는 별개로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부산 예술계는 아사(餓死) 직전 상황이다. 대학은 입학정원 미달과 폐과가 속출하며, 젊은 예술인은 전공을 포기하고 전직을 택하는 실정이다. 어려서부터 예술 한 길만을 위해 젊음을 바쳐 준비한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오페라 시즌 단원제다. 시즌 단원제는 상임 단원 형태와 달리 작품을 중심으로 일정한 기간 예술단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과 도전 기회를 접하는 방식이다. 이 시즌 단원제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부산 음악계의 잠재적 역량을 평가할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부산발 오페라의 역량과 연결된다는 데 있다. 이제 모든 예술인의 지혜와 힘을 모아 시즌 단원제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준공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이 시기를 놓치면 부산에서 공부하고 자란 젊은 예술인의 터전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꼭 이뤄야 할 과제다. 사람에 대한 일은 시기를 놓치면 힘들거나 무너질 수 있다. 청년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요 부산의 미래다. 더욱 전문화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을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 청년 춤꾼, 기성춤판 뛰어 넘어라
이상헌 춤 비평가
- 팬데믹에 지역춤판 질서 붕괴
- 방송가 상업댄스 열풍과 대조
- 20~30대 중심 미래 구축 적기
- 변화 주도 주역, 위상 찾을 때
우리를 옥죄던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긴 지금 부산 춤판을 되돌아보아도 좋겠다.
부산 춤판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설적’이다. 개인과 민간 단체 공연이 위축되고, 무대에서 새로운 얼굴을 만나기도 힘든데, 주위에는 춤이 넘쳐난다.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출연했던 춤꾼들이 온갖 TV 프로그램에 나온다. 가난한 거리의 춤꾼이 연예인이 되었다. 아이들은 이른바 ‘방송 댄스’를 배우기 위해 무용학원으로 몰려가고, 무용학원은 큰 수입원 하나를 확보하게 되었다.
다른 한편에서 대학 무용은 뮤지컬이나 실용무용의 끈을 부여잡고 겨우 숨만 쉬고 있다. 기초예술의 중심이 무너진 동시에 권위와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약화했다. 문화재 종목 중심의 전통춤 공연은 끊이지 않는 것에 반해 창작 공연 보기는 쉽지 않았다. 공공지원이 없으면, 상상은 안무 노트 안에서 맴돌다가 한 발짝 나아가기도 힘들다. 어렵사리 기회를 잡아도 아이디어를 구현할 춤꾼을 찾지 못해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공 지원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공공 무용단의 역할이 재조정되고 있다. 이것이 2022년까지 그리 안녕하지 못했던 부산 춤판의 상황이다. 부산 춤판의 상황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판단은 “그때는”, “예전에는”이라는 기성 춤판의 과거를 기준 삼아 현재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상황은 양면이 있다. 나쁘기만 하거나 좋기만 한 상황은 거의 없다.
예술 사조를 보면 혼란 뒤에는 늘 변화가 따라왔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유럽을 휩쓸었던 ‘데카당스’는 기존 체제가 몰락하고 새로운 질서가 미처 형성되지 않은 과도기에 나타난 현상으로, 1차 세계대전 후 소멸하고 역사적 아방가르드가 나타났다. 부산 춤판은 기존 질서가 팬데믹으로 무너지고 있지만, 그것을 대체할 뚜렷한 새로운 체제가 형성되지 않아 상황이 역설적으로 맞물려 있는 상태이다.
곧 새로운 흐름이 자리 잡을 것이고 주역은 지금 20대부터 30대가 될 것이다. 그런데 부산 춤판의 앞날을 논의하는 자리에 기성 무용가들만 앉아있다. 자기들이 활동했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걱정하지만, 과거와 비교한 걱정일 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여기 청년 춤꾼들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필자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빠져도 된다. 기성세대는 그들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고, 그들을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고백해야 한다. 그 고백이 가능하다면 부산 춤판 희망의 반은 찾을 수 있다.
기성세대의 고백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그 희망은 젊은 춤꾼들이 자기 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춤이 춤꾼의 몸에서 몸으로 이어져 비언어적으로 발화하는 예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춤을 체화하고 확산하는 일은 스승이나 선배가 아닌 온전히 춤꾼 자신의 몫이다. 기성 춤판에 기대지 말고, 기대하지도 않아야 한다. 앞선 세대를 존중하되 주눅들 필요는 없다. 여전히 기성세대가 대부분의 결정권과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다음 세대를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젊은 춤꾼들은 기성세대에게 더 요구해도 된다. 기성의 권위는 젊은이의 등을 밟고 지탱하기 때문이다. 젊은 춤꾼이 웅크린 몸을 곧게 펴면 기성의 권위는 미끄러져 내려 서로 동등한 위치에 선다. 그렇게 젊은 춤꾼들이 자기 위상을 찾을 때 부산 춤판의 희망은 있다. 변화의 도도한 물결은 그 누구도 거부하거나 피해 갈 수 없다. 청년 춤꾼 A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그대, 웅크린 몸을 펴고 변화를 이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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