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위선, 추방" 초선 50명 연판장에 "내용 못 봤었다…너무 거칠어" 뒷북?

한기호 2023. 1. 2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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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당 선배 비판하더라도 객관적 사실 적시, 조언해야 하는데과정이…"
"동료 의원들 '羅 태도 잘못?' 질문 답만 해도 이름 올라"…연명 철회는 안해
집단압박에 이미 "집단린치" 비판…羅 "영원한 당원" 불출마 선언, 反尹몰이 반박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8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었던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모욕이자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를 했다며 몰아세운 초선의원 집단성명이 '졸속'으로 발표됐다는 정황이 뒤늦게 제기됐다. 다만 친윤(親윤석열) 주류와 각 세우진 않는 면피성 뒷말에 그치는 모양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어떤 대통령을 공격하는 듯한, 비판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있고 입장을 표명할 수가 있다"면서도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이 초선 성명의 내용을 본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앞서 초선 성명에 함께 이름을 올린 당사자로서 조수진 의원은 "저도 그렇고"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제(24일)까지도 몇분한테 얘기를 들어보니까, 동료 의원 몇 분한테 전화를 받고 '나 전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는 잘못된 것 아니냐'라고 해서 '잘못됐다'라고 (답변해서 성명에) 이름이 올라간 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나 전 원내대표의) 그 태도는 잘못됐죠?'라고 물었을 때 '잘못됐다'고 했을 때 이름이 올라간다든가, 성명의 내용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내용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도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라며 "당의 선배에 대해서 비판을 하더라도 딱 객관적 사실을 적시하고 조언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거듭 "이번엔 굉장히 그 성명의 내용이 너무 거칠고 정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초선 그룹 내에서도 좀 뒷말이 많다는 건 제가 좀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성명 동의를 철회할지에 대해선 "이름을 어떻게 빼느냐"며 '나 전 원내대표의 행보가 부적절했다'는 인식은 여전히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간사위원)으로서의 헝가리 식 저출생대책 제안을 공격했던 대통령실이 자신의 사의 표명에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대외직명)직 '동시 해임 발표'로 대응한 데 대해 17일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대통령 본의' 발언 전제로 "해임은 분명 최종적으로 대통령께서 내린 결정일 것으로 저는 그 뜻을 존중한다고 말씀드렸지만,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고 했었다.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자 당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께선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다"며 나 전 원내대표의 '처신'을 꼬집었다. 뒤이어 당내에선 당대표로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친윤계 배현진·박수영 의원 등 주도로 초선의원 연판장이 돌았다. 43명에서 출발해 그 이튿날(18일) 50명까지 이름을 올렸다.

참여 의원이 늘 때마다 김기현 후보 캠프 측 인사가 명단을 언론 등에 배포한 정황도 불거졌다. 당시 초선 연판장엔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나 전 원내대표 불출마를 압박한 내용이 담겼다.

나아가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라며 공개 사과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일찍이 반윤(反윤석열)으로 각인된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당대표를 향한 당내 공개비판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비난으로 '집단린치'라는 우려까지 샀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대통령 본의 발언'에 대해 "누(累)가 된 점 윤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냈으나, 21일 대통령실 측에선 '전대 출마'를 전제했다면 "여전히 뭔가 거래를 하려는 듯한 '독이 든 사과'"라는 반응이 나와 사실상 불출마 압박이 이어졌다. 이날 나 전 원내대표는 "영원한 당원"을 선언하며 전격 불출마 선언했다.

한편 나 전 원내대표는 불출마 선언 장소를 당사로 택한 가운데 "한번도 숨지 않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싸운 저에게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며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단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당내 집단주의를 비판했다. 또 윤심(尹心) 대신 "영원한 당원'의 사명"을 강조, "정통 보수정당의 명예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취재진과의 문답에선 "제가 출마하는 것이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극도로 혼란하고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솔로몬 재판의 (아이를 반으로 나눠 가질 수 없다며 양육권을 포기한) '진짜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그만둔다"고 밝혔다.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며 김기현·안철수 의원과의 연대설을 차단하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불출마 선언문과 함께 2019년 3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비판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요구 광화문광장 집회 연설, 지난해 3·9 대선 전날 윤석열 대통령후보 '피날레 유세' 당시 연설 영상을 잇따라 올리기도 했다. 친윤 조직의 '반윤 몰이'를 불식시키고 당심(黨心)에 호소하는 정당정치인으로서 독자 노선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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