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안 부족했던 추신수의 작심 발언 헛스윙

오상진 2023. 1. 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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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추신수(41·SSG)의 작심발언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고 역풍을 맞았다.

설 연휴 내내 야구계는 추신수의 발언으로 뜨거웠다. 지난 21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방송 DKNET에 출연한 추신수는 한국 야구를 둘러싼 이슈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 중 국가대표 선발에 관련된 발언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김광현, 양현종, 김현수 등 베테랑이 여전히 참가하고 문동주, 안우진과 같은 젊은 피가 탈락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은 국제대회에 새로운 얼굴이 많다는 예를 들어 비교도 했다.

세대교체를 우려하는 그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많이 부족했다. 추신수도 인정했듯이 베테랑 선수들은 KBO리그에서 충분한 기량을 증명한 선수들이다. 언제적 김광현, 양현종이냐고 하지만 아직 그들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을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 배제할 수는 없다. 또 팀의 구심점을 잡아주고 전력을 극대화하는데 베테랑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추신수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추신수가 아쉬움을 드러낼만큼 한국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은 라인업인가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15명의 투수 가운데 절반 이상인 8명(고우석, 곽빈, 김윤식, 소형준, 원태인, 이의리, 정우영, 정철원)이 만 25세 이하로 젊은 피가 충분하다. 야수는 비교적 적은 3명(강백호, 김혜성, 이정후)이지만 포지션 경쟁 등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선발된 엔트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최상의 전력을 꾸려야하는 상황에서 꾸려진 선수단이란 점으로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충분히 젊은 선수들이 포함돼있다.

반면 예를 들었던 일본 대표팀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젊은 피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김광현, 양현종(1988년생)보다 2살이나 많은 다르빗슈 유(1986년생)가 참가하며 오타니 쇼헤이, 센가 코다이, 이마나가 쇼타 등 투수와 스즈키 세이야, 요시다 마사타카, 곤도 켄스케, 가이 타쿠야, 겐다 소스케 등 야수는 대부분 1992~1994년생으로 만 30세 내외다. 젊은 피라고 할 수 있는 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2000년생)는 56홈런과 트리플 크라운, 투수 도고 쇼세이(2000년생)는 센트럴리그 탈삼진 1위, 사사키 로키(2001년생)는 퍼펙트게임,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2년 연속 사와무라상 수상이라는 확실한 업적이 있다. 젊은 피라서 새 얼굴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기량을 증명했기 때문에 뽑힌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추신수가 리그 최고 투수 안우진의 탈락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건 당연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우진은 '학교폭력(학폭)'이라는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추신수는 "한국에서는 용서가 쉽지 않다", "야구 선배들이 불합리한 처지에 놓인 후배를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말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던 안우진의 학폭 이슈는 피해자 중 1명이 나머지 3명의 공동 성명서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우진을 대표팀에 뽑지 않은 결정도 논란의 화살이 대표팀 전체 분위기가 흔들릴 수도 있음을 이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례를 통해 겪어봤기에 내린 것이다. 추신수는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제삼자의 시선'으로만 봤기 때문에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했다.

2021년 한국 무대를 밟은 추신수는 여러차례 소신 발언으로 야구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 발언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 개선 등의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직접 겪어보고 쓴소리를 뱉었기에 설득력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상황도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고 학폭이슈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성급하게 주장을 펼쳤다. 선구안 부족했던 작심발언은 헛스윙이 되고 말았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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