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사회적 대타협만이 회색코끼리 옮긴다

송민섭 입력 2023. 1. 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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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4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연금 개혁은) 우리 새끼들한테서 보험료 뜯어내서 내가 연금을 받는, 굉장히 부도덕한 제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런 이유에서 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의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당부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윤 대통령이 후대에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개혁의 초석을 닦은 최초 대통령으로 평가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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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대통령 의지 천명, 끊임없는 국민 설득·소통 필요

노무현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4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연금 개혁은) 우리 새끼들한테서 보험료 뜯어내서 내가 연금을 받는, 굉장히 부도덕한 제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무현정부가 9%의 보험료율은 건드리지 않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단계적으로 40%로 인하하는 쪽으로 국민연금법을 개정하게 된 항변이었다.

윤석열정부가 교육·노동 개혁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천명한 연금 개혁은 당장은 재정 불안정성이 발등의 불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시행 때부터 ‘저부담, 고급여’ 형태로 설계됐다. 1998년 1차 개혁과 2007년 2차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은 낮아졌지만 2020년 기준 보험료율은 9%로 평균이 18.2%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송민섭 사회부 선임기자
이 같은 연금 설계는 한국에서 유독 거센 저출생·고령화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불과 3년 뒤면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 내는 사람보다 많아지면 세대, 계층 갈등에 따른 사회 혼란,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 국가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연금 개혁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내일(27일) 공개된다. 국민연금 제도와 인구 추세가 현재대로 이어질 경우 기금이 언제 소진될지 등을 예측하는 제5차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시산(잠정) 결과가 나온다. 기금 고갈 시점은 2018년 4차 재정추계 당시 2057년에서 1∼3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1989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금 고갈이 초래할 국가적 파장 때문에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지난하다. 연금 전문가인 칼 힌리히 독일 브레멘대 교수는 연금 개혁을 회색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했다. 둘 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덩치가 커 움직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세대와 계층, 부문,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고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에 대한 진영 간 의견이 부딪히다 보니 합의는커녕 복수안 도출마저 요원하다.

위 세대보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이 불가피한데 청년층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 보험료 인상분의 절반에다 퇴직연금 부담분(8.3%)까지 대야 하는 기업들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재정 안정을 위해 기초소득을 보장한다는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은퇴 후 적정 생활비는 가구당 월 314만원 정도인데 국민연금(노령연금)의 평균 급여액은 지난해 9월 기준 58만원이 조금 넘는다.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은 지났다는 지적도 있지만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연금의 적자 전환 시기는 아직 20년 이상 남았다. 이해당사자 반발과 중대 선거 유무, 권력 교체 여부와 상관 없는 굳건한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 김영삼정부 때부터 문재인정부까지 진행된 민관의 연금 개혁 논의 과정과 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공무원연금과 일본 후생연금 등 국내외 공적연금 개혁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합의안의 전제는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다. 이런 이유에서 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의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당부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런 개혁 과정이 ‘시간끌기’가 돼선 안된다. 연금 개혁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후대에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개혁의 초석을 닦은 최초 대통령으로 평가받길 기대한다.

송민섭 사회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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