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일본·네덜란드 ‘진퇴양난’ 왜?

이재덕 기자 2023. 1. 2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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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만과 달리 소재·장비 강국
‘큰손’ 중국 공급 막히면 매출 타격
미국 기술 사용 탓…외면도 곤란

미국이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에 네덜란드와 일본을 동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5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리셰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국제통상개발협력 장관은 최근 “오랫동안 미국과 대화를 나눴지만, 미국이 지난해 10월 새 규칙을 제시하며 경기장을 바꾸려 한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한국이나 대만이 협력하는 것과 달리, 네덜란드와 일본이 난색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 기업과 반도체 장비 기업의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려는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와 파운드리, 메모리 업체에 잠재적인 경쟁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우려한 한국이나 대만 등 국가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 중국 기업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큰손’이다. ASML은 미국의 요구로 2020년 전후로 중국에 EUV 장비를 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매출의 15%가 중국에서 나오는데 2019년 이후 최첨단 장비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며 “ASML이 충분히 희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EUV 장비뿐 아니라, 7㎚(나노미터) 이상의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DUV 장비까지 중국 수출을 막으려 하면서 네덜란드나 일본 설득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조 바이든 정부의 ‘패권국 주도의 보호주의 진영화’ 성격을 띠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 시도가 동맹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어 유럽 등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네덜란드나 일본 입장에서 미국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EUV나 DUV 광원 기술의 상당수는 미국이 원조인 데다, 주요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주요 부품의 금수 조치와 미국 기업들의 특허를 기반으로 한 광원의 사용 금지 조치 등의 카드를 미국 정부가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가 ‘고객’인 중국의 눈치를 보는 성격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향후 반도체 장비 제재에 동참해도 중국으로부터 큰 견제를 받지 않도록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가 최대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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