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남극점 단독 무보급 도달 김영미 “지금은 그냥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

김세훈 기자 2023. 1. 2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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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대장이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엄청난 고통이 매일 괴롭혔다. 지금은 그냥 제자리로 돌아와 나를 기다리는 좋은 사람들과 만난 게 감사할 뿐이다.”

한국인 최초로 무보급, 단독으로 남극점에 도달한 뒤 귀국한 산악인 김영미 대장(42·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이 밝힌 소감이다.

김 대장은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인터뷰에서 “첫날부터 51일 동안 100㎏이 넘는 썰매 무게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느낌이었다”며 “고립과 고통 속에서도 온몸으로 대자연을 누리는 특권을 갖는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달렸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지난해 11월 27일 남극 대륙 서쪽 허큘리스 인렛에서 출발해 51일 동안 1186.5㎞를 100㎏가 넘는 썰매를 끌고 홀로 이동했다. 그동안 남극점을 밟은 여성은 영국인 9명을 비롯해 17명이다. 그중 중간에 식량이나 물자를 지원받지 않은 채 남극점에 도달한 여성은 10명에 불과하다. 김대장은 세계에서 여성 11번째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보급으로 남극점에 도달한 철인이 됐다. 김 대장은 “도전에 처음으로 나설 때부터 포기는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본전치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하루도 안 쉬고 걸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김 대장은 51일 중 마지막 날 아침을 기억했다. 김 대장은 “오늘만 걸으면 남은 거리는 0㎞가 된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쳤다”며 “막상 남극점에 도달했을 때는 ‘끝났다’는 생각 이외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색깔이 없는 곳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게 남극”이라며 “한국에서 녹음해간 기계음, 자동차 소리, 지인들 목소리를 들으면서 힘을 냈다”고 덧붙였다. 김 대장은 “내가 히말라야를 가기 위해 서울에 왔을 때 선배가 해준 말을 자주 떠올렸다”며 “100번을 해도 안 되는 마지막 한 번을 단 번에 이룰 수 있다는 말이었다”고 소개했다.

김 대장은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김 대장은 “남극이 워낙 크고 버거운 곳이라서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다음 목표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집에서 충분히 쉬면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김영미 대장(오른쪽)이 25일 인천공항에서 아버지 김형순씨, 어머니 박춘화씨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 김형순씨(76)와 어머니 박춘화씨(71)가 딸을 마중나왔다. 김씨는 “자다 깨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며 “연락할 곳도, 물어볼 곳도 없어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음에는 어디도 가지 못하게 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박 씨는 “출국 전 아버지가 췌장이 좋지 않아 한 달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며 “아버지가 건강한 모습으로 마중나온 게 딸에게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딸이 추운 데 있다고 생각하니까 부모로서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며 “손발 얼지 않고 건강하게 돌아와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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