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뒤늦게 전화 건 육군, 레이더 안 보여 뜸들인 공군

허고운 기자 2023. 1. 2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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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국회 국방위원들에 전비태세검열 결과 사전 설명
보고시각·지시사항 등은 빠져… 문책 범위·수준에 촉각
<자료사진> 2023.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이 지난달 26일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건 당시 작전 수행과 상황 전파, 전력 운용 등 과정에서 다수의 미비점이 있었단 자체 평가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26일 열릴 예정인 국방위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북한 소형무인기 도발 대응 관련 검열결과'를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사전 설명했다.

우리 군은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에 진입한 사실을 파악하고 그 대응에 나섰지만 단 1대도 격추 또는 포획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무인기 1대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주변 상공에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P-73) 북단을 일시 침범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북한의 무인기 도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부터 당시 작전부대 등을 상대로 △작전수행체계와 △작전 간 조치 △현존 전력 운용 △방공훈련 등에 대한 종합 검열을 진행해왔다.

합참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검열 결과, 북한 소형 무인기에 대한 (군의) 위협 인식은 핵·미사일에 대비해 부족했다"며 "현재의 북한 무인기 작전수행체계인 '두루미' 또한 소형 무인기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고했다.

합참은 또 이번 검열을 통해 북한 무인기 식별·대응 과정에서 긴급 상황을 전 부대에 알리는 '고속상황전파체계'가 가동되지 않는 등의 미비점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 제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 운용요원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19분쯤 북한 지역에서 남하해오던 '미상 항적'을 최초 포착했으며 6분 뒤인 오전 10시25분 군단 사령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1군단에선 이 같은 사실을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고,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핵심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도 전파하지 않았다.

합참은 뒤늦게 지작사 등으로부터 무인기 침범 상황을 보고받긴 했으나 역시 수방사엔 알리지 않았다.

수방사는 오전 10시50분쯤 예하 방공여단이 운용하는 레이더를 통해 서울 상공에 진입한 '특이 항적'을 포착한 뒤 자체 대응에 나서면서 합참에 보고했고, 합참은 그제서야 북한 무인기가 서울을 향해 남하해온 사실을 수방사에 알렸다.

또 1군단은 미상 항적 포착 사실을 오전 11시 이전에 공군작전사령부(공작사)에 유선(전화)으로 전파했지만, 공작사는 낮 12시가 돼서야 대공 감시태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두루미'를 발령했다.

이처럼 두루미 발령이 지연된 건 당시 육군의 방공 레이더와 달리 공작사 중앙방공통제소(MCRC)가 운용하는 레이더엔 북한 무인기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DB) 2022.12.26/뉴스1

군에 따르면 공군 레이더는 평소엔 경비행기 이상 크기의 유인기를 주요 탐지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형 무인기를 식별하려면 그 운용 방식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공군과 육군 레이더 간엔 실시간 정보 공유체계를 갖춰져 있지 않다. 즉, 공군이 자체 레이더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실을 파악하는 데만 1시간가량이 소요됐단 얘기다.

합참은 이번 북한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이처럼 다수의 미비점이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합참의 통제를 받는 실질적 방공훈련의 부족'을 꼽았다.

육군의 기존 훈련 땐 500MD 헬기를 '가상 적기'로 사용했기 때문에 북한 무인기의 실제 크기와 차이가 컸고, 또 육군 훈련 때 공군 전력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합동훈련 기회가 부족했단 게 합참의 판단이다.

아울러 합참은 "매일 군 레이더에 포착되는 민간 항공기와 새떼, 드론 등 항적이 수천개에 이른다"는 점에서 "현재 보유한 장비론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제때 탐지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도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포착한 경우에도 "사거리와 민간 피해 등을 고려할 때 단거리 방공 무기로 타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소형 무인기는 지상 방공무기인 벌컨과 비호(복합)의 사거리를 벗어나 날아가는 경우가 많고, 방공무기로 무인기를 타격하기 전엔 공항 일대에 비행 중지를 요청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합참은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 과정을 실시간으로 탐지한 것 자체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2014·17년엔 북한 무인기가 고장 등으로 추락해 발견되기 전까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이번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바탕으로 △소형 무인기에 적합한 작전수행체계 정립 △분기 단위 합동방공훈련 등 실전적 훈련 실시 △소형 무인기 대응 전력 조정 배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합참의 이번 보고엔 사건 당시 군 지휘부의 구체적인 작전 지시 내용과 상급 부대 보고 시각, 관계자 문책 여부 등의 사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전 보고를 받은 일부 의원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 범위와 수준 등도 이날 사전 보고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문책 관련 내용은 (합참이) 국방부에 보고했다"며 "좀 더 신중한 판단 하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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