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갈증있다"…'정이' 김현주, 연상호 만나니 A.I.도 되네(종합)[인터뷰]

김보라 2023. 1. 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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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인공지능 로봇 정이(김현주 분)는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지만, 사실상 인간은 아니다. 그렇게 A.I.와 인간의 경계에 선 캐릭터를 통해 영화 ‘정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과 모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이뤄진 엄청난 과학적 발전이 인간의 세계관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보여주며, 이같은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일깨운다. 광대한 시공간 앞에서 인간의 인생은 더없이 초라해지지만, 우리는 우주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기에 인간의 삶이 결코 허망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정이’(감독 연상호,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제공 넷플릭스)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 분)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그동안 사랑스럽고 예쁜 캐릭터들을 도맡아 연기해 온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을 만나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고요하고 무뚝뚝한 표정 아래, 거칠고 재빠른 액션으로 중무장해 극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것.

지난 1997년 데뷔해 올해 햇수로 연기 생활 27년차. 그동안 김현주가 쌓아온 신뢰감 가고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있는데, 연 감독을 만나 그동안 보여주지 못 했던 부분을 드러내기 시작한 셈이다.

김현주는 25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작은 단순했다. ‘지옥’에서 하지 못 했던 액션을 여기서 하겠구나 싶었다”며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당연히 제가 딸 역할이라고 생각했다.(웃음) 근데 시나리오를 보고 뒤집힌 모녀 관계라서 놀랐다. 하하.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인데 감정을 배제한다는 것도 어려웠다”고 정이 캐릭터를 연기로 표현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작품을 끝내고 보니 인간은 가장 우월하면서도 나약한 존재인 듯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뇌를 복제했지만, 최정예 용병 정이의 큰 힘은 딸이다. 그게 가장 큰 힘이면서도 가장 큰 약점이었다.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면,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다. 저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완벽하지 않고 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가장 인간답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이어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의 재회에 대해 “‘지옥’으로 감독님과 이미 합을 맞춰봤기 때문에 신뢰감이 쌓인 상태였다. 연 감독님과 다시 한 번 작업을 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편한 건 있었다”며 “제 안에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근데 그 욕구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용기가 작았다. 연상호 감독님이 그런 저의 도전정신을 깨워주셨다. 그것에 제가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배우로서 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감독님과 죽이 잘 맞는 거 같다.(웃음) 듣는 노래 취향도 잘 맞고. 무엇보다 감독님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았던 저의 새로운 부분을 찾아주셨다. 제게는 그게 가장 감사하고, 크게 다가온다”고 캐스팅 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현주는 이번 영화를 통해 모션 캡처 기술을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로봇이지만 감정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모션캡처를 입고 연기했다. 그때 더 세밀한 감정이 나올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다. 저의 표정을 따서 기계에 감정을 실어넣었다. CG로 표현하면 제가 굳이 연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나올 수 있었지만 감독님이 후반작업을 통해 제 표정 연기를 더 많이 살려주셨다.”

액션 연기보다 감정 연기를 많이 해왔다는 김현주는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지옥’에서는 액션이 많지 않았어서 어느 정도 잘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정이’는 또 다른 스타일의 액션이더라. 그래도 ‘지옥’에서 다져둔 액션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액션 팀이 실제처럼 액션 연기를 잘해주셔서 저 역시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람들의 눈을 보면서 연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현장에 배우들 없이 저 혼자 연기를 하는 게 많았다. 어느 순간 현타가 왔다.(웃음) ‘지금 내가 뭐하는 거지?’ 싶더라. (극중) 사람일 때 더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쓴 부분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연기해도 됐는데, 기계일 때보다 사람의 모습일 때 더 신경을 많이 썼다.”

연상호 감독은 대중의 취향에 확고히 맞추기보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며 대중의 틈을 파고든다. 이에 애니메이션부터 영화, 드라마, OTT 시리즈까지 거의 모든 플랫폼과 다양한 형식을 두루 경험했다. 이에 김현주는 “다른 분들은 보지 않았던 저의 새로움을 작품으로 꺼내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현주. 앞으로 그녀가 만나보고 싶은 장르가 있을까.

“드라마에서 맡은 캐릭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안에서 제 나름대로 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지만 범주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웠다. 저를 선택해준 작품들 안에서 제가 선택하는 것이어서, 그 폭도 한정적이었다. 배우로서 갈증이 있었는데 ‘왓쳐’부터 ‘지옥’, 그리고 ‘정이’까지 자연스럽게 온 거 같다.”

이어 김현주는 “제가 해온 경력에 비해서 장르물을 많이 해보지 못 했다. 물론 제가 재미를 느꼈다고 해서 제가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게 좋다. 특히 ‘정이’의 촬영장은 현실과 다른 소품이 많아서 그걸 보는 재미도 컸다. 그 장소 안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가능하다면 정서적으로 파격적인 것을 해보고 싶다. 사이코패스 기질을 갖춘 인물이나 악역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26년간 활동해온 원동력에 대해 그녀는 “매 순간 잘 지내려고 했다. 제가 계획적으로 살진 않는다.(웃음) 이제와서 뒤돌아보니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 거 같다. (웹드라마) ‘선산’의 촬영이 끝나면 휴식을 취해야 할 거 같다”고 밝혔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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