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최다 377홈런 치고도 HOF 불발··· 문제는 인성?

심진용 기자 2023. 1. 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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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 제프 켄트(왼쪽)와 배리 본즈. 당대 최고의 3, 4번으로 꼽혔지만 나란히 명예의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켄트는 본즈와 달리 약물 논란 의혹에 휘말린 적이 없지만 기자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현역 시절 나쁜 평판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실력과 반비례했던 인성이 문제였을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거포 2루수로 꼽히는 제프 켄트(55)가 투표를 통한 명예의전당 입성에 끝내 실패했다.

미국 야구기자협회(BBWAA)는 24일(현지시간) 오후 올해 명예의전당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명예의전당 후보 등재 10년차로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던 켄트는 득표율 46.5%에 그쳐 득표율 75% 기준선에 미달했다. 후보들 가운데 공수겸장 3루수로 명성이 높았던 스캇 롤렌(48)만이 득표율 76.3%로 명예의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켄트는 투표 결과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야구 통계 관계자들에게 특히 불만을 표시했다. 2000년대 초반 배리 본즈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중심타선에 섰던 그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보낸 문자에서 “투표권도 없는 통계 관계자들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을 이미 명예의전당에 입성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서, 실제 투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건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흔히 ‘세이버메트리션’으로 불리는 통계 관계자들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자신의 가치를 계속해서 깎아내린 탓에 명예의전당 입성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켄트는 17시즌 동안 2루수 자리에서 377홈런을 때렸다. 역대 2루수 가운데 최다다. 장타율 0.500은 역사상 최고의 2루수로 꼽히는 로저스 혼스비(0.577)에 이은 2위다. 명예의전당에 들고도 남을 성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세부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켄트의 통산 출루율 0.356은 2루수 79위에 불과하다. 일종의 타격 상대평가라고 할 수 있는 wRC+(조정 득점 창출력)는 128에 그친다. 훌륭한 기록이지만 통산 최다 홈런 타이틀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켄트는 수비에서도 커리어 내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와 달리 명예의전당 입성에 성공한 롤렌과는 대조적이다. 롤렌은 8차례 골드글러브 상을 받을 만큼 당대 최고의 3루 수비를 자랑했다. 켄트와 롤렌의 통산 OPS는 0.855로 동률, wRC+는 오히려 켄트가 롤렌(123)보다 앞선다. 그러나 종합 지표인 WAR에서 켄트(56.0)가 롤렌(69.9)보다 밀리는 데는 수비력 차이가 크게 작용했다.

켄트가 표면적인 성적에 비해 대체로 낮은 평가를 낮은 것은 이러한 요인들 때문이다. 타격 세부지표는 생각보다 아쉬웠고, 수비력은 누가봐도 아쉬웠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이 이같은 저평가의 흐름을 주도했다. 미국 CBS스포츠의 맷 스나이더는 앞서 켄트의 명예의전당 입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WAR 기준으로 2루수 역대 19위에 그치는데다, 명예의전당 입성 여부를 가늠하는데 사용하는 지표인 JAWS 기준으로는 더스틴 페드로이아, 이안 킨슬러 만도 못하다고 했다. 페드로이아나 킨슬러 모두 현실적으로 명예의전당 입성이 불가능하다는 평가인 만큼, 켄트 또한 명예의전당에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켄트가 야구 통계 관계자들에게 불만을 터뜨린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일까. 어떤 기준을 들이대든 2루수 역대 최다 홈런이라는 뚜렷한 업적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 또한 작지 않았다. 문제는 성적이 아니라 커리어 내내 숱한 이들과 불화했던 그의 인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켄트는 샌프란시스코 시절 덕아웃에서 배리 본즈와 멱살잡이를 했다.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갔다. 다저스 시절 팀 동료였던 외야수 밀튼 브래들리는 켄트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물론 본즈나 브래들리도 인성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들은 아니었다. 그들과의 마찰을 근거로 켄트를 폄하하는 건 불공평한 처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만이 아니었다. 휴스턴에서 켄트와 함께 했던 랜스 버크먼은 브래들리의 ‘인종차별’ 주장에 대해 “켄트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라틴계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켄트는 똑같이 무시한다”고 농담 섞인 반응을 내놨다. 켄트는 선수들 뿐 아니라 언론과도 불화했다. ‘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렸던 다저스 전담 캐스터 빈 스컬리와 언쟁했다. 명예의전당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투표에서는 결국 떨어졌지만, 켄트의 명예의전당 길목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2025년 예정된 베테랑위원회 투표로 구제받을 가능성이 남았다. 통산 493홈런을 치고도 기자단 투표에서 떨어졌던 프레드 맥그리프가 지난해 베테랑위원회 투표로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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