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도전 공식화… 이원덕과 2파전
관치금융 논란 최대 변수될듯
27일 2차 후보군 2~3명 압축
우리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내정설'이 돌았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회장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2파전이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위원장은 전날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직을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동안 임 전 위원장은 '관치 금융' 논란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후보직을 고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경제부총리 자리를 고사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내부 출신인 이 행장이 무난하게 차기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한금융, BNK금융 등 그동안 진행된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선 '낙하산 관치 인사' 예상을 깨고 내부 출신들이 선임됐다. 다만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NH농협금융이 관료 출신인 이석준 회장을 선임했는데, 이는 농협 측에서 각종 현안을 추진하는 데는 관료 출신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윤 정부 첫 대규모 금융권 인사에서 낙하산 태풍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에서 임 전 위원장이 1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공식적인 도전 의사까지 밝히면서 우리금융 회장 선임은 외부인사와 내부인사 간 경쟁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959년생 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회장 후보군 8명 중 유일한 관료 출신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한 임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정통 재무관료 출신으로 금융지주 회장까지 이미 역임, 해박한 금융·증권 지식과 업무 경험을 가진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꼼꼼하고 치밀한 업무 스타일에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이에 비해 이원덕 행장은 손태승 현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혼란스러운 시기에 조직을 조기 안정시키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은행장 경력은 짧지만 우리금융지주 출범 과정에서 지주에 몸담았던 만큼 업무 연속성이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임 전 위원장이 회장으로 선임되기 위해선 관치 논란이 관건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우리금융은 정부가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 완전 민영화됐다. 현재 우리금융 1대 주주는 우리사주 조합이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추위는 차기 회장 선출에서 내부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출신 인사로 내정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금융지주의 1대 주주가 우리사주조합으로 더 이상 정부소유가 아닌 민간금융회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전 금융위원장으로서 참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 NH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평생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금융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면서 "관치는 조직이 원하지 않는 누군가를 당국에서 밀어 넣는 것으로,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손태승 현 회장의 징계를 결정한 금융당국과 연루돼 있지 않은 만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7일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서 2∼3명을 추린 숏리스트(2차 후보군)를 확정할 계획이다. 롱리스트에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8명이 포함됐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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