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경원 출마 소동’이 드러낸 집권여당의 현주소

한겨레 2023. 1. 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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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당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표면상 당무에 관심도 없고, 개입할 의사도 없다고 했으나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 당대표'로 낙인찍으며 본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일찍이 '당심 100%', 결선투표 도입 등 전당대회 규칙까지 바꿔가며 유승민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차단하더니 이번에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강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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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당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이유로 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포기 선언의 배경이 그렇게 고상하지 않다는 것은 상당수 국민이 이미 알고 있다. 대통령실과 당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공개적인 십자포화를 견디다 못해 결국 백기를 든 셈이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이 애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을 때만 해도 이런 사태 전개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4선에다 각종 여론조사 1위였으니 ‘자격’은 물론 출마 의사도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거듭된 압박이 결과를 바꿔놓았다. 윤핵관의 핵심이라는 장제원 의원은 “정치 낭인에 둘러싸인 헛발질” “통속적 정치 신파극”이라는 거친 언사로 공격을 서슴지 않았고, 당내 초선들까지 ‘집단 린치’에 가세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대통령실은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요구해 제출받은 뒤 해임의 절차를 밟았다. 당정이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어 반드시 무릎을 꿇리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친 것이다.

이 모든 사태의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정치 고관심층이 아니어도 알 수 있다. 표면상 당무에 관심도 없고, 개입할 의사도 없다고 했으나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 당대표’로 낙인찍으며 본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대통령 앞에서 고분고분 존재감 없는 당대표, ‘거수기 여당’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당심 100%’, 결선투표 도입 등 전당대회 규칙까지 바꿔가며 유승민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차단하더니 이번에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강제했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 입맛에 딱 맞는 당대표가 당선될지, 그렇게 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사태에서 분명해진 것은 윤 대통령이 ‘당정 분리’ 원칙을 버린 지 오래이고, 민주주의의 주요 요소인 선거 입후보의 자유조차 자신이 가진 권력의 힘으로 억눌렀다는 사실이다.

나 전 의원의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정치의 세계에서 누군가가 보장해주는 자리라는 것은 ‘들러리’ 말고는 없다. 당대표 출마 의사가 분명했다면 애초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고사했어야 맞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더 큰 일을 맡을 채비가 돼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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