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밖 기안84도 통했다, ‘태계일주’의 작은 반란[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3. 1. 25. 17: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포스터. 사진 MBC



태어난 김에 떠나게 됐지만, 인기 있는 김에 계속하게 됐다. ‘나 혼자 산다’의 울타리를 벗어난 기안84가 여행예능으로 자신만의 예능 ‘일가’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지난 설 연휴인 22일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가 막을 내렸다. 총 7회로 방송된 프로그램은 인기가 있었다. 마지막회는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 집계로 수도권 4.5%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광고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채널 경쟁력 지표 2049 시청률은 1.3%(수도권 기준)로 4주 연속 동시간대 1위였다.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의 강자 SBS ‘런닝맨’을 밀어내는 등 위협적인 인자로 자리매김한 ‘태계일주’는 MBC 예능이 OTT 강세 시대에 적응해야 할 화두를 알려주는 프로그램과 같았다.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한 장면. 사진 MBC



일단 7회 방송으로 시즌제의 틀을 갖췄으며, 지상파 방송에서 잘 드러나지 않던 남미여행의 속살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안84라는 예능인이 ‘나 혼자 산다’를 벗어나도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2016년 ‘나 혼자 산다’에 처음 출연했던 기안84는 인기 웹툰작가라는 화제성 말고도 ‘야인’ ‘기인’과도 같은 독특한 생활양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무심함과 기이함을 넘나드는 살림방식은 7년이 지난 올해 새해맞이 방송에서도 빛났다.

하지만 원래부터 사람을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예능인이라는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했던 그에게 단독 예능은 큰 도전이었다. 비록 절친인 배우 이시언과 여행 전문가 빠니보틀이 함께 했지만, 과연 ‘나 혼자 산다’에서 적응을 마친 그가 새로운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눈길을 끌었다.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포스터. 사진 MBC



기안84는 남미에서도 김지우PD보다 더 자주 카메라를 켜 자신의 여행일상을 기록했다. 게다가 아마존에서의 수영, 라파즈에서의 홈스테이 등 인상적인 장면은 이시언이나 빠니보틀이 아닌 기안84의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여행은 유명지를 다니는 게 아닌, 그 장소를 사는 사람들 속에 젖어 드는 것이라는 그의 여행지론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그 사이사이 아마존이나 고공도시 페루 쿠스코와 볼리비아 라파즈, 데스로드, 우유니 사막 등 남미의 절경이 끼어들었다.

결국 ‘태계일주’는 시즌 2 제작을 확정했다. 첫 방송 당시 프로그램의 운명을 알 수 없었던 김지우PD 역시 메인 연출 데뷔작에서 가장 잘 아는 기안84로 웃음과 감동을 뽑아내며 유력 연출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여러가지로 익숙한 듯 낯설었던 그들의 도전은 적중했던 셈이다.

그중에서도 아쉬운 것 하나는 예고편을 다루는 제작진의 방식이었는데, 매회 갈등이나 의외의 상황을 통해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정작 다음 회에는 관련 영상이 등장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상황을 가져와 각색수준으로 편집하는 등 작위적이었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게 조금은 자연스러웠으면 어떨까 싶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