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 된 ‘난방비 폭탄’에 생필품까지 올라… 얼어붙은 서민

김범수 2023. 1. 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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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한파 속 시름 깊어지는 가계
1월 도시가스 소매요금 전년비 38.4%↑
전기요금도 42년만에 최대폭 인상 기록
난방비 포함 관리비 2배 증가 사례 폭증
2월부터 생수 출고가 평균 9.8% 올라
음료 7%, 아이스크림 20% 등 인상 러시
올겨울 최강 한파가 설 연휴 끝자락에 찾아온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열 요금 인상 등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은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파로 이번 달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음 달 난방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인데, 식품 물가까지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은 더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
25일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1월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 상승했다. 도시가스 요금은 중앙·개별 난방 가구에 주로 쓰인다. 난방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요금을 결정한다.

앞서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5.47원 올랐다. 1년 새 인상률은 42.3%에 달한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이 커지면서 국내 LNG 수입액이 567억달러(약 70조원)로 급증한 것이 가스 요금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종전 최대였던 2014년 수입액인 366억달러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LNG 수입 가격은 2021년 12월 t당 893원에서 1년 만인 2022년 1월 1255원으로 40.5% 급등했다.
지역난방에 쓰이는 열 요금 역시 올랐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조정하는 구조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1Mcal(메가칼로리)당 주택용 열 사용요금은 지난해 3월 말 65.23원에서 4월 66.98원,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인상됐다. 열 요금이 오른 것은 2019년 8월 이후 약 3년 만으로, 2022년 한 해 인상률만 37.8%에 달했다.
12월의 난방비 고지서에 놀란 가구가 부지기수다. 서울에 거주하는 최모(33)씨는 난방비를 포함해 30만원에 달하는 12월 관리비 고지서를 받았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최씨는 “살면서 관리비 30만원을 내는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 많이 올라도 되는 거냐”고 한탄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황모(33)씨도 지난달 10만원 상당의 난방비를 냈다. 황씨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 집에 거의 없는데도 작년 비해 난방비가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엔 난방비를 포함한 관리비 부담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난방비 외에도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이 일제히 인상됐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가정집에서 가스보일러가 가동되고 있다. 뉴시스
전기료는 2020년 세 차례에 걸쳐 ㎾h(킬로와트시)당 19.3원 올랐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3.1원 오르면서 2차 오일쇼크 시기였던 1981년 이후 42년 만에 최고 인상폭을 기록했다. 이는 전기난로나 전기장판, 온풍기 같은 난방 장치를 이용하는 가구의 난방비 인상 체감도를 높이고 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진 최강 한파가 맞물린 이달 난방 수요는 지난달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난방비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12월보다 1월에 더 추운 날이 많아서 난방의 수요가 높고, 사용량도 많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식품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면서 고물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개발공사는 다음달 1일부터 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올린다. 2018년 이후 5년 만의 가격 조정으로 인건비 상승과 페트병 등 재료값 상승 등에 따른 조치다. 2월부터 대형마트에서 500㎖짜리 삼다수는 480원, 2ℓ 제품은 1080원에 판매된다. 다만 생수는 최종 판매자가 판매가를 표시하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적용하기 때문에 판매처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제주도개발공사는 내달 1일부터 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올린다. 이는 2018년 이후 5년 만의 가격 조정으로 인건비 상승, 페트병 등 재룟값 상승 등에 따른 것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삼다수. 연합뉴스
웅진식품도 음료 20여종의 가격을 2월부터 평균 7% 인상한다. 편의점 가격 기준으로 아침햇살 500㎖는 2000원에서 2150원으로, 하늘보리 500㎖는 1600원에서 1800원으로 각각 오른다. 초록매실 180㎖은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된다.

아이스크림 제품도 일제히 가격이 오른다. 빙그레는 다음달부터 일반 소매점 기준으로 메로나, 비비빅을 비롯한 바 아이스크림 7종과 슈퍼콘 등의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인상한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이 지속해서 올라 제조원가 상승이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원가 부담을 줄이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경영 압박이 심화해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고 설명했다.

김범수·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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