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 넘보는 K팝 …'비장의 카드' AI가수 출격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1. 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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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 세계관 속 캐릭터 '나이비스'(왼쪽)가 인공지능(AI)과 고유한 외모·목소리를 탑재한 가상인간 아티스트로 개발돼 오는 3월 가상현실(VR) 콘서트(가운데·어메이즈VR 제공)관련 콘텐츠를 통해 데뷔할 전망이다. 오른쪽은 넷마블·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합작으로 25일 전격 데뷔한 4인조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

인공지능(AI)으로 탄생한 가상인간(버추얼 휴먼)이 K팝 걸그룹 열풍을 이끌 수 있을까. 올해 상반기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경쟁적으로 최신 유행을 반영한 외모와 고유한 목소리, 성향을 가진 새로운 가상인간을 데뷔시킨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는 그동안 소셜미디어, 모델 활동으로 주목받아왔지만 노래와 춤 실력,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은 버추얼 K팝 가수는 아직 없다.

먼저 국내 최대 가요 기획사 중 한 곳인 SM엔터테인먼트가 오는 3월 데뷔를 목표로 걸그룹 '에스파' 세계관 속 캐릭터 '나이비스(nævis)'를 가상인간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성수 SM 대표이사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그동안 에스파 뮤직비디오에 컴퓨터그래픽(CG) 그림으로만 등장했던 나이비스를 AI 아티스트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자연스러운 움직임, 새롭게 창조한 목소리, 실시간 소통까지 관련 기술을 총동원해 탄생시키는 아티스트"라고 밝혔다. 나이비스의 음색은 성우 12명의 목소리를 분석해 만들어 색다른 음악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가 데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축제에는 '에스파 VR 콘서트 at 광야'가 공식 초청됐는데, 관람객이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하면 감상할 수 있는 8K 초고화질 해상도의 공연이다. 관객은 눈앞에서 에스파 멤버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즐길 수 있으며 관련 콘텐츠에 AI로 구현된 나이비스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AI를 활용한 가상인간 개발은 SM이 구축해온 메타버스 세계관(SMCU)에서도 처음 이뤄지는 시도다. 2020년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는 각 멤버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디지털 아바타 '아이(æ)'가 존재한다는 설정을 만들었다. 이들의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 부가 콘텐츠에는 방대한 세계관을 설명하는 내용이 차곡차곡 담겼고, 아바타도 3D 그래픽으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나이비스는 세계관 속에서 실제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해주는 에스파의 조력자다. SM 측은 에스파를 통해 구축해온 스토리텔링이 나이비스와 팬덤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이전의 AI 아티스트는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거나 CG 뒤에서 실제 인간이 연기를 하는 등 진정한 가상인간으로 보기는 어려웠다"며 "관객이 가상인간을 실제 사람처럼 받아들이려면 스토리텔링과 음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가상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는 올해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K팝 업계는 아이돌 그룹의 지식재산권(IP) 활용 차원에서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고 소설·웹툰·영화 등을 다양하게 선보여왔는데, 그 스토리 속 등장인물을 메타버스에서 데뷔시키는 또 한 번의 세계관 확장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날 넷마블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한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MAVE:)'도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팀이다. 공개된 뮤직비디오 속에서 메이브 멤버 4명은 제각각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듯 인형 같은 외모를 뽐내고, 어색함 없는 보컬·안무를 선보였다. 독자적인 세계관도 들고나왔다. 미래에서 온 멤버들이 감정의 자유를 찾아 시공간의 모험을 떠났다가 2023년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것. 음악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K팝 콘텐츠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제는 가상인간 연예인이 기술적 실험 단계를 넘어 진화를 이루는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M의 아바타 아이에스파조차 에스파 멤버들과 함께 무대를 꾸밀 때마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잇따른 바 있다. 2021년 데뷔한 11인조 가상인간 걸그룹 '이터니티'는 어색한 시선 처리와 합성이 거슬린다는 혹평을 들은 뒤 조금씩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AI·메타버스 가수가 제작자 입장에선 새로운 시도지만 소비자는 새롭다고 열광하진 않는다"며 "히트곡 1곡을 내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한 음악의 지향점과 역할,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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