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거리’ 같은 서울인데도…아침 기온차가 무려 4도, 왜?

손지민 2023. 1. 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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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25일 아침, 은평구 진관동에 사는 회사원 이세영(51)씨는 집이 있는 동네와 직장이 있는 마포구 공덕동의 기온 차가 4도 가까이 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겨레> 가 이날 아침 8시 기준 기상청 날씨누리 지역별 상세관측자료를 살펴보니, 은평구 진관동이 영하 19.7도로 산지인 관악산 관측소를 제외한 서울 시내 관측소 가운데 기온이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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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전국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2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의 뿌옇게 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25일 아침, 은평구 진관동에 사는 회사원 이세영(51)씨는 집이 있는 동네와 직장이 있는 마포구 공덕동의 기온 차가 4도 가까이 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진관동의 오전 8시10분 기온은 영하 19.5도였는데 같은 시각 공덕동은 15.7도였던 것이다. 직선거리가 11㎞인 두곳의 온도 차는 같은 시각 남북으로 260㎞ 떨어진 서울 종로 관측소(영하 17.3도)와 광주과학기술원 관측소(영하 14.4도)의 기온 차와 비슷하다.

이씨가 한겨울 서울의 동네별 기온 차에 놀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를 맞으며 6호선 공덕역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3호선 구파발역에 내려 밖으로 나왔을 때 바닥에 눈이 수북이 쌓인 광경을 보기도 했고, 2년 전엔 서울 다른 지역에 사는 직장 동료들보다도 첫눈을 한 달 가까이 먼저 목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울 시민들이 모두 같은 날씨 속에 사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가 이날 아침 8시 기준 기상청 날씨누리 지역별 상세관측자료를 살펴보니, 은평구 진관동이 영하 19.7도로 산지인 관악산 관측소를 제외한 서울 시내 관측소 가운데 기온이 가장 낮았다. 그다음은 기상청이 위치한 동작구 신대방동(영하 19.4도), 노원구 공릉동(영하 18.9도) 차례다. 같은 시각 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초구 서초동으로 영하 15.1도였다. 한강 이북 지역에선 성동구 성수동1가(영하 15.7도)가 가장 높았고, 동대문구 전농동과 광진구 자양동이 각각 영하 16도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4∼5도씩 기온 차가 발생하는 데는 산·강 등의 자연지형과 건물 밀집도 등 인공환경의 영향이 크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주변 환경에 따라 기온 상태가 조금씩 다르다”며 “날씨가 극한 상태로 갈수록 지역별 기온 격차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북극 한파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지역의 기온 차이도 크다는 얘기다.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산지 인근은 서울에서 가장 추운 곳이다. 밤이 되면 산의 정상부에서 먼저 차가워진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산 주변의 평지 기온을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주변 공간이 트여 있는 한강변도 다른 지역에 견줘 기온의 하강 속도가 빠르다. 바람이 많이 부는 특성 탓에 찬공기가 쉽게 유입돼 기온이 내려갈 땐 그 폭이 상대적으로 가파르기 때문이다.

주택이나 건물의 밀집도에 따라서도 기온 차가 크다. 건물이 적고 주변이 트인 지역보다 열을 방출하는 시설이 많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의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다. 열섬 현상이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과 교수는 “도심은 자동차가 많이 다니고,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건물에서 난방을 하면 열이 외부로 방출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하다”고 말했다.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오르자 서울 시내 기온 격차도 함께 줄어들었다. 오후 1시 기준 지역별 상세관측자료를 확인한 결과, 서울 시내 대다수의 지역은 영하 8도에서 영하 9도 사이에 머물렀다. 낮에는 일조량 변수가 환경 변수를 압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 예보관은 “낮이 되면 햇볕에 의해 지표면과 대기가 가열되는 ‘일사’ 현상이 나타난다”며 “햇볕이 골고루 비치면서 주변에 있는 환경보다는 햇볕에 의한 기온 상승이 일어나며 지역별 기온 차이도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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